모든 혼여가 재미있는 것은 아니다 2편

태양과 가까운 그곳, 두브로브니크 성벽에서

by 빨간 머리 앤

오늘은 두브로브니크 관광의 시작과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성벽 투어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성벽 밖으로 보이는 두브로브니크 전경

두브로브니크 성벽 투어는 도시 전체를 둘러 건축되어 있는 성벽을 따라 걷는 투어로, 두브로브니크의 주요 군사 건축물들과 시내 풍경 그리고 왕좌의 게임에 나온 명소들을 돌아볼 수 있기에 인기가 많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성벽 투어를 선택한다. 그러나 나는 성벽 투어를 시작하기에 앞서, 두브로브니크에서 정말 이 투어를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일단 여행지에 가면 새로운 건 최대한 해보자는 주의라 성벽 투어 자체가 싫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온도에 그림자 하나 없는 곳에서 계속 걸을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래도 두브로브니크에 4일이나 있었는데 안 하면 후회가 남지 않을까 싶어 하게 되었다.

투어의 시작

내가 성벽투어를 시작한 곳은 중앙 광장 앞의 골목에 있는 출입구에서였다. 로브리예냑 요새를 따라 걸어가다 보면 나오는 오노프리오 분수 앞에 있는 그 작은 출입구 말이다.

성벽에 올라서자마자 사진으로만 보던 두브로브니크의 풍경이 펼쳐졌다. 푸른 바다와 주홍빛의 지붕이 어우러진 두브로브니크의 풍경들은 물론 아름다웠으나 그뿐이었다.

누군가의 기록들

기억에 남는 것은 성벽에 남겨져있던 누군가의 흔적들이다. 그리고 성벽 너머로 바라보는 새로운 세계다.

성벽을 따라 걸으며, 성벽 위로 보이는 세계보다 성벽 안에서 보이는 세계가 더 궁금해졌다.

벽 한 장의 차이였다. 그러나 벽 너머로 바라본 세계와 벽을 통해 바라본 세계는 퍽 달랐다. 분명 똑같은 바다인데 성벽 위로 볼 때는 그저 아름답기만 했던 바다가 성벽 안으로 바라보니 달랐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한국은 개인들의 고유성을 인정하는 데 꽤나 박한 사회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의 삶은 대체로 수평선이 아니라 수직선으로 평가된다. 모든 삶은 존중의 대상이 되기에 앞서 ‘평가’되며, 다양성보다는 이질성이 강조된다. 누군가가 ‘자의로’ 다른 곳을 향할 수 있다는 생각은 가능하지 않다. 어떤 사람이 다른 것을 원한다면, 그것은 오직 ‘모두가 원하는 길’에서 이탈되었을 때뿐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나 역시 어느 정도는 그 생각에 지배되어 살았던 것 같다. 아무리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생각하려고 해도 주변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 다만 그것이 한국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내가 너무 깊게 뿌리 딛고 살아가는 사회이기에 나 역시 자유로울 수 없었을 뿐이다.


성벽을 통해 바라본 세계는 그래서 좋았다. 여행지에서의 나는 완전히 자유롭고, 벽 위로 바라보든 안으로 바라보든 바다는 그저 바다였다. 물론, 성벽을 거닐며 보이던 스르지 산과 두브로브니크 시내의 전경도 좋았고.

한낮의 태양을 피해 카페에 숨어있다 느지막이 향한 곳은 렉터 궁전이었다.

궁전 안에서 바라본 하늘
두브로브니크를 간다면 찾아주세여

사진 대신 글로 나의 방문 흔적을 남긴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로브리예낙 요새였다.

로브리예낙 요새는 아마도 두브로브니크에 있는 수많은 요새 가운데 가장 유명한 요새였지 싶다. 안에 있는 야외극장이 꼭 라라랜드에 나올 것만 같이 꾸며져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여행을 곱씹어볼수록, 내가 크로아티아에 대해 상당히 무지한 상태로 이 여행을 계획했음을 깨닫는다. 누군가의 강력한 추천이 있다는 이유로 ‘막연한 환상’만 가지고 여행을 떠난 탓이다.

마지막 날의 멋진 두브로브니크 야경으로 크로아티아 여행기를 마무리한다.

그래서인지 막연히 즐거우리라 생각했던 두브로브니크 여행은 즐겁기보다는 힘들었다. 혼자서 여행하면서 얼른 이 시간이 지나가고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랐던 것은 처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날 두브로브니크의 고요한 밤바다를 바라보며, 아마 내가 꽤 오랜 시간 동안 이 시간을 그리워하게 될 것만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여행지가 너무 좋았어서가 아니라, 이 젊음과 자유의 시간이 결코 돌아올 수 없는 시간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시간이 흐른 지금의 나는, 아무도 없이 고요하던 두브로브니크의 밤바다로 돌아가고만 싶다.


모든 것이 고도로 발전된 시대에도 인간들이 기꺼이 직접 여행지로 향하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닐까. 그 공간에서 느끼는 순간의 감정들이란, 오직 그 자리에 있는 나만이 향유할 수 있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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