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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맨데이 May 08. 2024

모두의 소원은 해피앤딩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시길

하루동안 집중할 수 있는 양은 정해져 있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사람은 일정 노동시간이 지나가면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렇다면 인내심은 어떨까?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아라!‘ 자신의 신경을 건드리는 대상에게 하는 말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인내심을 가지고 있을까? 시각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저 말을 들어보면 우리는 어느 정도 감각적으로 나의 한계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하루동안 무수히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그중 우리의 신경줄을 건드리는 것들 또한 많다. 이것들에 대한 감각이 높을 때 우리는 그 사람을 향해 ‘예민하다 ‘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아프면 이런 예민한 성향이 높아진다. 평소가 50이라면 90까지도 높아진다. 말 그대로 예민보스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모든 자극들에 예민하게 받아들임으로 인내심이 바닥나 있다. 충동적이며 이성적인 사고를 할 여력이 없이 지쳐있는 상태다.


이렇게 장황하게 인내심을 말한 것은 나의 요즘 소비 행태에 대한 변명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아프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 어찌 보면 당연한 명제이다. 병원비, 약값, 치료비 등등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의 영역에서 소비가 늘어난다. 아픈 순간부터 가격보다는 나를 위한 안녕이 우선시됨으로 평소라면 거들떠보지 않았을 비싼 제품까지 선택지에 놓인다. 특히 피부와 관련된 질환이기 때문에 아토피에 좋다는 기초 제품부터 영양제, 식품 등등 몇 개월동안 나를 스쳐간 제품들이 몇 년동안의 제품보다 많으니 말 다했다. 이전에는 챙기지 않았던 것들을 챙기다 보니 소비되는 것 또한 당연히 많아졌다. 그래도 이렇게 나름 치료를 위한 소비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꼭 신체적인 요소를 위한 소비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그렇다 내가 앞에서부터 밑밥을 깐 이유는 내가 과소비를 하는 이유에 대한 설명 (혹은 변명)을 하기 위해서다.


‘아프다’라는 단어의 대상은 흔히 생각하는 육체적인 부분과 우리가 놓치는 정신적인 부분으로 나뉜다. 육체적인 부분은 눈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비교적 알아차리기 쉽지만 정신적인 부분은 그렇지 않다.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본인이 혼자 알아차리기 어려울뿐더러 주변 사람들 또한 그렇다. 그러나 가끔 우리는 소비행동으로 나의 불편한 정신상태를 표출하는데 바로 스트레스성 소비이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지만 스트레스가 쌓이면 충동구매와 과소비가 늘어난다. 갑자기 배달음식을 폭발적으로 시켜 먹기도 하고 당장 사용하기 힘든 색조 화장품을 사기도 한다. 다행히 명품은 지르지 않았다.(나름 이성을 붙잡고 있다)


이렇게 나의 통장은 이성을 잃고 본능에 충실한 상태가 된 나로 인해 이중으로 고통받으며 서서히 말라간다. 운동과 그림 등 스트레스를 없앨 수 있는 활동들로 노력을 해보고 있지만 충동소비와의 줄타기는 끝나지 않는다. 사실 정답은 명쾌하다. 아무것도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매일같이 친절하게 알람을 보내주는 앱들, 브랜드들 덕분에 쉽지 않다. (현재는 많이 지운상태다.) 그래도 요즘에는 이런 충동에서 벗어나 이성을 지키며 소비생활을 하고 있다. 무슨 퀘스트를 깨듯 완치라는 보상을 위해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했던 나를 만나고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는 기분이다. 사실 완치는 없다지만 이야기의 끝은 역시 해피앤딩이 아니겠는가. 다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나를 믿어가며 나아가길 바랄 뿐이다.


오늘도 연약한 인내심을 붙잡으며 통장을 지키고 있는 개복치들을 응원하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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