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태워라 생명력
개복치라서…라는 변명
장기전에 돌입하면서 ‘좀 나지면 할까?’라는 고민은 사치가 되었다. 막연한 시간은 앞으로 언제 올지 모르며 지금은 아파서 간절할지라도 낫고 나면 놀고 싶은 게 또 사람 마음이다. 나는 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그냥 내가 개복치라는 사실을 이용하기로 했다.
개복치 상태가 되면 정상적인 상태가 간절해진다. 정상적인 상태란 개복치가 되기 전의 상태로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제정신인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생산성이 필요한 일은 이때 몰아서 해야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다. 돌이켜보니 나는 개복치가 된 이후로 회사를 다니면서고 많은 일들을 했다.
•대학원을 준비하고 합격(현재 대학원생이다)
•그동안 미뤄왔던 포트폴리오 만들기
•k일러스트 페어 준비 및 참가
•다꾸 빌리디 페스타 참가
•브런치 연재 시작
•디자인 스터디 시작
•사이드 프로젝트 진행 중 (현재 텀블벅 진행 중 하단에 링크 참조, 궁금하면 들어오기!!)
이것 외에도 성과는 없었지만 많은 도전을 했었다. 미래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현재에 더 많은 노력과 집중을 하게 되었고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자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전에 그저 평화롭고 나태했던 시간보다 더 절박하고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피부병은 없었으면 좋았을 일생의 사건이지만 적어도 이 사건이 내 일생의 전부가 아니길 바라며 몇 개월을 발버둥 쳐왔다. 피부병이라는 사건에 내 나머지의 시간이 잡아먹히지 않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 내 마음이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였다. 적어도 내가 보내는 시간이 의미 없는 시간이 되지 않도록…
물론 내가 이렇게 발버둥 친다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전과는 생활이 많이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이전에는 필요치 않았던, 피부 케어하는 시간, 병원에서 치료받는 시간, 약 바르는 시간 등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지만 그래도 꿋꿋이 버티며 생명력 넘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찬란한 시간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나가는 것이 아닐까? 찬란하다는 것은 최상의 상태를 말하지 않는다. 나의 노력이, 투쟁의 시간이 그렇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간을 더이상 막연한 미래로 미루지 말고 오늘로 만들겠다는 다짐을 해보는건 어떨까?
오늘도 개복치들이 찬란한 시간을 찾아갈 수 있도록 바라며 마쳐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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