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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맨데이 Jul 24. 2024

안녕, 회사원 개복치

나중에 다시 만나자

혹시 페르소나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그리스 어원으로 '가면'을 지칭하는 단어로 심리학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가지는 역할(가면)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우리는 생각보다 다양한 페르소나를 가지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세상을 살아간다.


그럼 이 역할들 중에서 나에게 중요한 역할은 무엇일까?




우리는 다양한 역할을 지니며 살아간다. 나로 말할 거 같으면 '착한 딸, 친구, 동료, 디자이너, 글 쓰는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대학원생, 회사원 개복치' 등등 생각보다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사회와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이러한 다양한 역할들은 결국 '나'라는 사람의 조각이며 나를 이루는 모습 중 하나가 된다. 이런 다양한 조각 중 큰 조각을 뽑아보자면 아무래도 '회사원 개복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회사원 개복치는 일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금전적, 사회적 요소들을 공급해 주는 중요한 조각이다. 이 페르소나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인간관계를 쌓아갈 수 있으며 직업적으로써의 만족감, 성취감을 얻게 해 준다. 그리고 현재 다양한 조각 중 유일하게 금전적으로 해결책을 제공해 주는 조각임으로 그 중요도는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다. 


대학생 개복치를 보내며 얻은 이 조각은 나에게 무척이나 소중했다. '회사원'이라는 타이틀을 얻는 과정이 평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저한 준비성을 갖추지 못한 탓에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라는 높은 벽을 경험하게 되었고 냉혹한 세상을 처음 경험하게 해 줬으며 거절의 메시지를 담은 수많은 메일로 메일함을 채우고서야 겨우 겨우 '회사원 개복치'를 얻을 수 있었다. 힘들게 얻은 만큼 기쁘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고 그에 따른 금전적인 보상도 값졌다. 특히 나의 능력을 발휘하여 문제들이 해결될 때의 만족감은 그 무엇보다 값졌다. 그러나 최근 이렇게 힘들게 얻은 소중한 조각을 약 4년이 되는 시점에 잠시 놓아주게 되었다. 


복합적인 생각들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건강상태 때문이다. 완치는 없다지만 아직 완치라는 희망을 놓지 않기도 했고 점점 좋아지기는커녕 몸에서 보내는 부정적인 피드백들이 간당간당하게 버티고 있던 조각을 잠시 내려놓게 하였다. 워낙 일하는 것에 욕심이 있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좋하하는 터라 이 결정이 쉽지 않았고 많이 아쉽기도 했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결정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 '레벨업을 위한 숨 고르기'라고 생각을 하며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현재 나에게 부족하고 필요한 부분들을 채우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이렇게 쉬어본 게 처음이라 어색하기도 하지만 지금 필요한 일을 하면서 삶을 더욱 풍족하게 채울 공간을 만들어보고자 한다. 


'회사원 개복치'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끝! (꼭 6개월 뒤에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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