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버티게 하는 것
'괜찮아'라는 말은 때에 따라서 모래 위에 블록을 쌓는 일과 같다.
정말 괜찮지 않지만 괜찮아졌으면 좋겠다는 주문으로 잠시 그 상황을 넘기기 위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래 위는 여전히 불안정하고 블록이 쌓이면 쌓일수록 그 블록들은 흔들린다.
그러다 어느 날 작은 바람에도 휘청거리며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한다.
유난히 버티기 힘든 날이 있다.
어느 날에는 그래도 어떻게든 버텼을 것들이 하나 둘 쌓여 파도처럼 덮쳐온다.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고 상황은 나아지지 않으며 모든 자극들에 노출되어 나의 신경이 그 끝에 달하고 약에 의존하게 되는 나의 상황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될 때, 서럽기도 하고 원망스러운 감정은 괜찮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뚫고 눈물이 되어 흘러나온다.
그날은 그런 날이었다. 간지러움에 못 견뎌 스스로 상처를 만들어가며 눈을 뜨고 일상을 지속하기 위해 출근 준비를 하며 아무 생각 없이 집을 나섰다. 날씨는 화창했고 햇볕은 좋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그런 출근길이었다. 새들의 신나는 지저귐과 사람들의 분주한 아침길을 함께 걸으며 갑자기 서러움이 쏟아져 내렸다.
나는 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에너지를 쓰는 것보다 보통의 하루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나아가기 위한 시간보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은 것인지 왜 오늘 하루도 나의 몸은 나를 힘들게 하는지...
그럼에도 서러움과 원망의 감정을 닦으며 걸어간 것은 내가 나와 나의 삶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항상 만나지만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고 내가 생각보다 좋아하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통해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그들의 응원과 걱정을 마음으로 받으며 좀 더 나은 미래의 모습을 그리는 나 스스로를 나는 생각보다 더 사랑하나 보다. 그렇기에 나는 일상을 지키는 선택을 통해 스스로를 지키나 보다.
오늘도 여전히 소중한 사람들과 스스로에게 사랑을 전하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