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겨울 숲
눈은 밤새
숲을 삼켰다
나뭇가지는
무게를 견디며
조용히
고스러진다
부러지지 않기 위해
더 낮은 쪽으로
몸을 기울인 채
아무도 모르게
숨은
땅속으로 스며들고
발자국은
첫 바람에 지워졌다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무엇을 잃었는지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모른 채...
눈은
계속 내리고 있었다
청춘의 어떤 시간은 예고 없이 덮친다.
눈이 밤새 숲을 삼키던 날처럼.
말하지 못한 생각들, 미뤄 둔 선택들,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불안이
켜켜이 쌓여 길을 덮는다.
우리는 부러지지 않기 위해
조금 더 낮은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나아가지 못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사실은 무게를 견디고 있는 중이라는 걸,
그때는 미처 알지 못한다.
눈 아래에서
나뭇가지가 고스러지듯,
청춘은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지나가는 시간을 견딘다.
버티는 일을 소리 내어 드러내지 않고
대신, 흔적 없이 안쪽으로 스며든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침묵은 땅이 되고
견딘 시간은 뿌리가 된다.
우리가 지나온 발자국은
첫 바람에 쉽게 지워진다.
해냈다는 기억도, 실패했다는 증거도
오래 남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청춘은 늘
무엇을 잃었는지
무엇을 얻었는지 조차,
알지 못한 채 지나온 시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자리에 서 있다.
앞을 보지도,
뒤를 돌아보지도 못한 채
그저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로
자신을 붙들고 있다.
눈은 계속 내린다.
세상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히...
그리고 그 눈 속에서
청춘은 사라지는 대신
천천히 깊어진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다음 계절을 준비하며.
"오늘밤,
당신의 마음에
별 하나,
놓고 갑니다."
[시안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