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과 불안의 다양한 이미지

by 황필립

어제 오후에는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그림을 이어 그렸어요. 발코니의 작은 작업실.


꽃가루와 먼지로 뒤덮인 바닥, 발바닥에 노란 꽃가루와 검은 먼지가 달라붙는 게 느껴져요.


나의 것인지 타인의 것인지 모를 검붉은 심장을 그렸어요. 그 위로 푸른 혈관들이 기억처럼 뻗어나가요.


드디어 목을 매단 내 몸의 형체와 하얗고 튼튼한 밧줄을 그렸어요. 내가 목을 매달았던 올가미는 검은색 가죽 허리끈이었지만 그림 속에서는 흰 밧줄이 대신했어요. 내 푸른 몸은 목이 매달려 힘없이 온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어요.


하지만 그날의 기억은 무엇도 남아 있지 않아요.

눈을 뜨니 눈부신 형광등, 침대에 묶인 손과 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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