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광대함

by 황필립

절망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고독과 외로움이다.

절망은 비에 젖은 몸으로 텅 빈 어둠 속을 걷는 일이다.

절망에 빠진 사람의 눈. 그 눈에서 흐른 눈물은 건조하고 핏기 없는 얼굴 위에서 말라붙었다. 절망의 증기가 피어올라 눈을 가린다. 모든 것이 흐릿하다. 나는 두려워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절망을 느끼더라도 절망을 견디는 법을 안다.


나 자신이 내 삶의 일부일뿐만 아니라

세상의 일부이고 타인의 삶의 일부라는 사실이 나를 괴롭게 한다. 내가 원한다고 조용히 사라질 수 없다는 것, 완벽하게 죽을 수 없다는 것. 완벽한 죽음은 없다. 내가 죽은 후에 내가 원하지 않아도 기억될 수 있다는 것.


차갑고 녹슨 쇠사슬보다 붉은 실 한 가닥이 더 예리하게 속박할 수 있다. 내 삶은 이미 죽었고 나는 이미 자살한 상태이기 때문에 실 한 가닥은 내 몸을 섬세하게 자를 수 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죽은 사람을 향한 사랑과 기억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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