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열병같은 꿈의 의지

2017~2020

by 황필립

친애하는 선생,

내가 매일 밤 잠들기 전에 먹는 약을 나는 단 한 번도 가볍거나 기쁘게 삼킨 적이 없다오.

나는 그 자그마하고 화려한 알약들을 나의 눈물이 아닌 사랑하는 이의 눈물을 삼키듯 삼켰고 원수의 피나 내가 스스로 칼로 내 몸을 그어 흘린 피가 아닌 사랑하는 이의 피를 마시듯 삼켰소.

사랑하는 이는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는데 나는 그 피를 마시고 홀로 살아남은 것이오. 그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를 사랑해준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라오.

나의 육체와 정신에서 일어나는 통증을 나 자신에게도 숨기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기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숨 쉬는 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