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쓸쓸로 다가온다
쓸쓸
임현숙
푸르름이 바래질 무렵이면
무 이파리 여름의 기억을 질끈 동여맨 채
시골집 처마 밑에서 늙어 갔다
뒷산에 단풍 가랑잎 지고 찬비 내리면
허리 굽은 큰 형님
시래기를 삶아 국을 끓였다
코를 긁는 구수한 냄새에
눈치 없는 뒷집 영자 엄니
초저녁별 앞세워 마실 왔다지
가을은 태평양을 건너와
텅 빈 들녘 같은 쓸쓸을 질펀하게 풀어 놓고
시린 속 달래려
고향의 맛 시래깃국 끓이는데
푸름이 하루를 달구던 내 여름날이 우러나며
쓸쓸에 쓸쓸을 더하고
행여나
눈치 없는 누군가 기다려진다
초저녁별빛도 쓸쓸이다.
-림(2024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