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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 Sep 11. 2024

쓸쓸

가을은 쓸쓸로 다가온다

쓸쓸 


임현숙  



푸르름이 바래질 무렵이면

무 이파리 여름의 기억을 질끈 동여맨 채

시골집 처마 밑에서 늙어 갔다  


뒷산에 단풍 가랑잎 지고 찬비 내리면

허리 굽은 큰 형님

시래기를 삶아 국을 끓였다 


코를 긁는 구수한 냄새에

눈치 없는 뒷집 영자 엄니

초저녁별 앞세워 마실 왔다지 


가을은 태평양을 건너와

텅 빈 들녘 같은 쓸쓸을 질펀하게 풀어 놓고

시린 속 달래려

고향의 맛 시래깃국 끓이는데 


푸름이 하루를 달구던 내 여름날이 우러나며

쓸쓸에 쓸쓸을 더하고

행여나

눈치 없는 누군가 기다려진다 


초저녁별빛도 쓸쓸이다.  


-림(20240902)


https://youtu.be/92eh9cWz8H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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