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추억으로 내몰고
오래된 눈빛
임현숙
함박눈 내리는 밤
사륵사르륵
하염없이 꽃등불을 밝히며
식어버린 어둠을 데운다
아직 가시지 않은 슬픔 위에도
꺼지지 않은 분노의 잔열 위에도
순순한 위로가 조용히 내려앉고
가슴골 깊숙이
네가 머물렀던 꽃자리에
보랏빛 불씨 하나 다시 깨어난다
가랑잎으로 놓아버린
스무 살 인연
이토록 향기로웠던가
무표정한 눈밭에
말끝 접은 이별과 입술 끝 변명을
말갛게 내려쓰면
잊으라는 듯
이미 잊힌 듯
하얗게 지워버리는 눈꽃
꽃등불, 용서의 시간을 드러내고
불티 날리는 자리에
뜨겁게 살아나는
오래된 눈빛 하나.
-림(2025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