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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목 Feb 14. 2024

12월을 달리며

겨울에 사는 이를 위하여


12월을 달리며


임현숙


 

한 세월의 종착역입니다

시간의 나래에서 베짱이처럼 지내던 날을 지우며

이마를 낮춰 손끝에 가시가 돋고

발목이 가늘어지도록 달려왔습니다


대못이 박히고 무릎 꺾는 날도 있었지만

발자국마다 반성문을 각인한 후

낡은 지갑은 늘 배가 고파도

철든 눈동자엔 겁 없는 미소가 찰랑댑니다


겨울나무처럼 허울을 벗고 나니

어느 별에 홀로 떨어져도 삽을 들겠노라고

앙상한 발가락이 박차를 가합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새봄이 오지 않는다 해도

해쓱한 볼이 터지라 웃으며 달리렵니다.


 
 

-림(20141205)

 2019년 제5호 바다건너 글동네 수록, 2015.12.12 밴조선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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