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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푸근 Dec 27. 2016

나의 마지막 음악 선생님

연말에 필요한 우리의 멘토  

나는 생각이 어지러워질 때마다 봤던 영화를 다시 보는 습관이 있다.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긴장감을 가질 필요도 없고, 그냥 스쳐갔던 대사들이 새롭게 와 닿는 경우가 많아서 항상 만족하곤 한다. 어제는 잠이 오질 않아서 저 유명한 '굿윌헌팅'을 다시 보았다. '내 인생의 영화'를 뽑으라고 하면 단골손님처럼 거론되는 이 영화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천재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나도 갖고 싶은 우수성을 가진 주인공이 자신의 마음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렸다고 말하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다시 본 '굿윌헌팅'에서의 로빈 윌리암스는 정말 매력적이다.


로빈 윌리암스가 연기한 '숀 맥과이어'는 훌륭한 스승이다. 맷 데이먼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려 한다. 함부로 조언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아내를 어떻게 만나게 되었고, 오랜 시간 투병한 아내와 사별한 것이 얼마나 힘들었지를 말한다. 그냥 자신의 인생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 이제 너는 어떡할래?'라고 묻고, 제자를 기다려주는 것이 내게는 신선한 아름다움이었다.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이런 멘토가 드물다. 쉽게 말하고 쉽게 판단한다. 내가 이 정도 힘들었으니 너는 견딜만하다고 폄하한다. 사회생활에서 제일 힘든 것 중 하나는 이러한 '멘토를 자칭한 멘붕 유도자들'이었다.


아직도 고등학교 마지막 음악수업이 생각한다. 나는 엄청난 음치였다. 친구들은 내가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면 1절이 끝남과 동시에 수고했다는 말을 남기고 내 노래를 꺼버리곤 했다. 혹자는 리모컨 조작의 실수를 핑계로 더 이른 타이밍을 계산해냈다. 그래서였을까? 난 음악수업이 싫었다. 더구나 그날은 수능이 끝나고 모든 수업이 그저 그렇게 수업 흉내만 내던 때였다. 난 당연한 자율학습을 기대하고 음악실에 들어갔다. 그러나 나의 마지막 음악 선생님 생각은 다르셨다.


"난 오늘 수업을 어느 때보다 열심히 할 거다. 너희들이 대학 가고 나면 이제 너희 인생의 음악수업은 거의 없을 거야. 지나고 보면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스쳐가 버렸던 마지막들이 그리울 거다. 그래서 난 너희들이 후회하지 않게 하려 한다."


난 그저 선생님이 베토벤을 좋아한 나머지 파마를 심하게 한 중년의 한 사람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이 한마디에 가진 것은 감성뿐이었던 나는 마음속에 횃불을 지펴냈다. 그리고 논산훈련소에서 군가를 부르는 것처럼 미친 듯이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있다. 가끔 어느 누군가 묻는다. 학생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누구냐고. 나는 개인적인 친분도 없었고 담임선생님도 아니었던 나의 마지막 음악 선생님을 항상 대답한다. 아무렇지 않게 내게 인생의 작은 팁들을 알려주는 사람, 나는 그것이 멘토라고 생각한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새해의 계획을 고민해본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항상 어려운 문제이다. 지금까지도 딱히 우수하게 살았다 생각하지는 않지만, 덜하게 살고 싶지는 않은 것이 사람 마음일 것이다. 이럴 때 멘토들을 만나면 의외의 답을 찾는 경우가 많다. 내게는 나의 비참함까지 보여줄 수 있는 친구가 있다. 나는 이 녀석을 멘토로 느낄 때가 많다. 이 녀석은 항상 잘 들어준다. 그리고 약간의 MSG 같은 맞장구를 쳐준다. 거기에는 이상한 성분이 있다. 은근히 나를 새로운 해답으로 몰고 가는 방향성 같은 성분. 그는 결코 훈계하지 않는다. 단정 짓지도 않는다. 그저 공감하고 같이 풀어가려 한다. 그래서 나는 나의 멘토에게 항상 고맙다.


새해에 대한 부담감은 잠시 미루어두자. 그리고 좋은 사람들을 다시 만나보자. 그러다 보면 당신의 고민도 어느덧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ttps://youtu.be/65jAVCRO_I0

M83, 'Wa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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