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나더씽킹 Mar 28. 2023

"진짜 재능은 자신을 느끼는 거"

박연준 작가의 문장들을 보다가...

한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사람이 퍼즐 조각으로 돼 있다면, 그 각각의 퍼즐에는 그간 겪었을 많은 일들과 감정들이 새겨져 있을 텐데, 그렇다면 나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퍼즐 조각으로 돼 있을 것인가, 하고.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누군가 평생 가장 좌절하거나 절망했을 순간이 누군가 보기에는 그저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구나, 하는 깨달음에서였는데.


언젠가, 지금도 꽤 유명한 누군가의 자서전 작업을 위해 미팅을 한 적이 있다.

그의 지나온 삶을 듣고 있는데 도무지 책을 구성할 만큼의 버라이어티 함이라곤 티끌만큼도 없더란 것.

그래서 나온 질문이 그랬다.


"살면서 가장 절망스러운 순간은 언제였나요?"

그가 말했다.

"친구들이 다 서울대에 진학했는데 나만 떨어지고 연세대에 갔지요.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좌절했던 순간이에요."


그 말끝에 내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복잡했던 감정만큼은 여전히 생생하다, 심지어 15년도 더 된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때 생각했더랬다. 사람이 퍼즐로 돼 있다면 이 사람은 몇 개일까, 어떤 컬러들일까.

물론 나는 알 수 없다. 수십 년의 세월을 몇 마디 말로 풀어낼 재주가 그에겐 없었을 뿐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해도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좌절했던 순간'이라는 말에는 도무지 1만큼도 공감이 되지 않았던 건,

삶이란 게 얼마나 치열한데, 치열하다는 단어가 모두에게 같은 크기일 수 없구나, 하는 생각에서였던 듯.


오늘 아침, 책장을 넘기다가 박연준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쳤는데,

그 문장들이 오래전 기억을 끄집어내면서 다시 질문은 나를 향했다.

지금의 나는, 몇 개의 퍼즐로 된 사람일까, 분명한 건 15년 전 그때보다 더 많은 퍼즐 조각들을 만들어냈을 거라는 사실.


박연준 작가가 말하기를 "진짜 재능은 자신을 느끼는 거"라는데 최소한 나는 느끼고자 노력하는 사람이긴 하니까 어느 정도 재능은 있나 보다.


어제보다 뭔가 다운된 아침,

그러나 나는 어떻게든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찾아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면서,

오늘도 굿모닝.


"늘 뭔가 대단히 크게 잃은 적이 있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요. 잃은 후 의연하게 다시 걷는 사람이요, 작아진 사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행동하는 사람. 어리석음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요. (...) 무엇도 잃은 적 없는 사람, 양지에 서 있는 사람, 뼛속까지 엘리트, 칭송만 받는 사람, 힘과 권력을 손에서 놓은 적 없는 사람을 저는.... 싫어합니다. 잠시 망설인 이유는 그들에 대한 제 미움이 합당한가 생각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꺾여본 나무에 마음이 갑니다. 망가질 가능성이 농후한 자들. 그들의 위태로움과 의연함, 삶에 대한 사랑, 목마름, 그리고 슬픔을 아낍니다."


-박연준 <계속 태어나는 당신에게> 'to 프랑수아즈 사강' 중에서.



*** 이미지_달리(Dalle2)를 이용해 생성해 본 머릿속 이미지. 내가 생각한 퍼즐은 훨씬 더 복잡했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