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작곡인 아이가 최근 새로운 곡 하나를 만들었다. 뭔가 필이 꽂히거나 영감을 받으면 혼자 전자피아노가 있는 뮤직룸(우리 집에는 음악을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전자피아노와 전자드럼, 기타를 갖춘 '코딱지만 한' 뮤직룸이 있다)에 들어가 곡을 만들곤 하는 아인데 가장 최근 곡을 보니 스타일이 좀 바뀌었다. 사실 나와 남편은 아이의 열혈(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의) 팬이라 모든 곡들을 들을 때마다 물개 박수를 치면서 질릴 때까지 듣는 편이긴 하지만 이번 곡은 감상이 좀 남달랐다.
제목은 언더그라운드 시티. 가사를 디테일하게 들여다보지 못했으나 아이 설명에 따르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두운 지하 세계에도 정말로 재밌는 게 많다, 그러니 탐험해봐야 한다'라는 내용이란다. 내가 아이의 곡을 너무나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모든 곡들이 특정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예를 들면 코로나 시대 우울해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은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이야기해주는 'bring happiness'나 어려운 일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 보라고 용기를 주는 'through it',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렘과 행복을 담은 크리스마스 송 'christmas it is', 베를린을 떠나면서 친구들에게 반드시 다시 만나자는 희망과 꿈을 표현한 'hopes and dreams' 등등)인데 이번 곡의 메시지도 의미심장했다.
아이와 독일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내 아이의 생각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어떤 부분에서 필이 꽂히는지 등을 대체로 잘 아는 나는, 이번 곡 '언더그라운드 시티'가 최근(?) 화제가 된 '장르가 30호 이승윤 가수'로부터 (일정 부분) 비롯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아이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기 때문에 사실 이승윤 가수를 알 수도 없었다. 그 매개체는 바로 나였는데 시작은 이랬다. 교육에 관심이 많아 관련된 기사나 글이라면 일단 다 정독하고 보는 나는 어느 날 이승윤 가수(그가 누구인지도 전혀 몰랐다)의 부친인 이재철 목사님의 교육법에 대한 기사를 보고선, 이런 가치관 아래에서 자란 아들이 부르는 노래는 도대체 어떤 건지가 너무 궁금했다. '싱어게인' 방송이 종영된 후라 유튜브를 통해 다시 듣기 해본 첫 곡이 바로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다른 노래들까지 찾아가며 몇 번을 돌려보았다. 노래도 노래지만 멘트 하나하나가 어쩌면 그렇게 예사롭지 않은지.
우리는 그렇게 이승윤 가수와 그 부친의 교육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관심을 보이는 아이에게 여러 노래들을 찾아서 들려주었더랬다. 나는 그때 아이의 눈이 심하게 빛나는 것을 보았다. 본인이 생각하던 음악이란 세계에 강한 물음표와 느낌표를 갖게 되었다고 할까. 특히 이승윤 가수가 노래하는 자신만의 창법이며, 10년 넘게 혼자 '언더그라운드'에서 노래하면서 쌓아온 내공과 깊이(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승윤 가수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함께 이야기한 적이 있다) 등에 큰 자극을 받은 것 같았다.
그 날 이후 아이가 만든 곡이 바로 '언더그라운드 시티'다. 재밌게도 평소 피아노로 작곡을 하는 아이가 이번 곡은 기타로 했다는 점이다. 예측컨대 그 역시 이승윤 가수의 영향이 아니었을지.(이승윤 가수를 본 후 홀대받던 기타가 최근 가장 최애 악기가 돼 맹연습 중이다.) 기타를 치는 주법이며 창법도 그의 영향을 받은 것이 분명했다. 노래 중간중간 자신의 목소리로 만들어내는 다양한 스타일의 사운드로 효과를 극대화하던 이승윤 가수처럼 아이도 '언더그라운드 시티'에서는 '보이스 악기'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었다.
여느 때처럼 곡을 다 완성한 후 가진 발표 자리(관객은 고작 남편과 나 둘 뿐이지만)에서 노래를 다 듣고 난 후 나는 물었다. "이거 혹시, '장르가 30호'이승윤 가수한테 헌정하는('헌정'의 뜻을 몰라 설명해줬다) 노래니? 제목도 내용도 스타일도 딱 '장르가 30호'인데?" 아이는 극구 아니라고 부인했다. 민망할 때 나오는 특유의 그 표정과 액션을 덧붙이면서. 그래서 나는 확신했다. 아, 이 노래는 그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구나.
한 달 전쯤, 아이가 만든 곡 중 대표 격인 'bring happiness'(아이도 우리 부부도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를 음악저작권협회에 저작권 등록했다. 그래 봐야 무슨 공식 음원 사이트에 데뷔한, 대단한 일도 절대 아니고그저 절차를 거쳐 '등록'하면 되는 일이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한 이유는 응원의 성격이 컸다. 음악할 때 행복해하는 아이가 보다 더 열심히 창작 활동을 하게 할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었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