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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Jan 29. 2024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수족냉증 때문에~


난 손발이 차갑다. 

그래서 추운 날씨와 추운 장소를 싫어한다.

겨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데 밖에 오래 있지 못하니까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아무리 장갑을 끼고 털신을 신어도 내 손과 발은 어느새 차가워지기 시작하니까.

이 정도는 괜찮다고 하는 주변 사람들을 뒤로하고, 혼자 손발이 시려 동동거린다.

한번 차가워지기 시작하면 따스해지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꽁꽁 얼어붙는 것 같은 손발을 시작으로 몸까지 둔해진다.

그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된다.


내가 수족냉증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지한 것은 대학생 때였던 것 같다.

아마 그전에도 어느 정도는 알았던 것 같은데, 젊음이라는 무기로 떨쳐냈던 것 같다.

고등학생 때는 아무리 추워도 얇은 스타킹만 신고 다녔으니까.

30대 초반까지는 그래도 멋을 내느라 얇게 입고 다닌 경우도 많았다.

집에 들어올 때쯤엔 온몸을 덜덜 떨면서 왔는데, 그 당시 혼자 살면서 보일러 온도를 많이 높이고 살았다.

후끈후끈할 정도로. 건조함도 제대로 못 느끼고 말이다.

그러면 차가워졌던 몸이 서서히 녹기 시작하고, 거기다 따끈한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면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너무 높은 온도로 사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도 있고, 무엇보다 도시가스비가 너무 많이 올라서 22도 정도로 맞춰놓고 산다.

추우면 옷을 더 껴입으면 되니까 말이다.


이번 겨울, 아주 조금 따스해진 날씨에 두 아들은 나에게 배드민턴을 치자고 한다.

집 근처에 지붕은 막아져 있지만 옆은 그물 같은 것으로 엮어져 있는 바람이 조금은 송송 들어오는 테니스, 배드민턴 치는 곳이 있어서 그곳으로 향한다.

갈 때는 차림이 비슷하다.

두꺼운 패딩에 장갑에 두꺼운 양말까지. 

시간이 지나 몸을 움직이다 보면 옷차림이 점점 변한다.

두 아들은 덥다면서 장갑을 벗고 패딩을 벗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배드민턴을 친다.

나는 처음과 끝까지 한결같은 옷차림으로 배드민턴을 친다.

땀이 잘 나지 않는 체질이기도 하지만 쉬이 더워지지 않는다.

아니, 치면 칠수록 손발이 더 차가워짐을 느낀다. 

한 시간이 넘어가면 몸도 힘들고, 손발이 더 시려져서 전혀 움직이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두 아들은 왜 그만하냐고, 아직 더 해야 한다고 한다.

엄마가 너무 추워서 못 하겠다고 하면 둘이 조금 놀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https://pin.it/2 ZyaKjSty


나는 집에 와서 따뜻한 물에 씻어도 몸이 따뜻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그 시간 동안 따뜻한 물을 마시고 옷도 더 챙겨 입는다.

발은 너무 시려 안 될 것 같아 실내용 털실내화를 사서 신고 다닌다.

초반에는 뽀송뽀송 털이 있어서 엄청 따뜻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털이 눌리면서 따스함이 덜하다.

그래도 맨발로 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따뜻해서 좋다.

아무리 털실내화를 신고 있어도 노트북을 하느라 책상에 좀 오래 있으면 손발이 시리다.

실내 온도가 추워서 그런가 싶어서 두 아들에게 물어보면 전혀 춥지 않단다.

아... 그렇구나 하면서 따스한 차를 마신다.

그 상태에서 자러 이불속으로 들어가면 따스함이 나를 감싸면서 기분이 좋다.

그런데 발은 아직 차가운 상태. 이 발이 따스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두 아들과 함께 자는데 가끔은 두 아들에게 발을 댄다. 따스하다.

"우와, 너무 따뜻해! 엄마 발 좀 대고 있어도 돼?"

"응, 엄마. 내 발에 대고 있어. 엄마 발이 엄청 차갑네."

따스한 아들의 온기가 내게 전해지면 발이 조금은 빨리 따뜻해진다.


가만 보면 첫째 아들은 아빠를 닮아 열이 많고 땀이 많다.

둘째 아들은 나를 닮아서 손발이 찬 편이고, 땀이 거의 나지 않는다.

추운 날씨에 밖에 나가서 놀고 나면 둘째 손발이 엄청 차다. 

놀래서 춥지 않냐고 물어보면 전혀 춥지 않단다.

밤에 잘 때도 이불을 덮고 있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덥다며 이불을 차버린다.

나는 추워서 꽁꽁 싸매고 자는데 말이다.

이게 젊음의 힘인가? 싶어 내심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나에게 따스함을 전해주는 따스한 사람들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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