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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 발걸음 Sep 02. 2024

"산타 할아버지는 없는 것 같아!"

아이들은 12월 25일을 기다린다.

산타 할아버지가 자기들이 갖고 싶던 선물을 갖고 깜짝 방문하시니까.

아이들이 잘 때 오셔서 한 번도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선물'이 목적이기에.

그래서 매년 크리스마스는 언제냐고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계속 계속 물어본다.

추운 겨울이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아무런 조건 없이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날이어서 그런지 기대가 크다.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궁금증도 많다.

"산타 할아버지는 어디에서 살아요?"

"산타 할아버지는 몇 살이에요?"

"산타 할아버지는 어떻게 생겼어요?"

"산타 할아버지는 우리가 갖고 싶어 하는 선물을 어떻게 알아요?"

"우리 집에는 언제 왔다 가시는 거예요?"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다 선물을 주는 거예요?" 등등.


그때마다 되도록 당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나름대로 대답을 한다. 

"엄마도 산타 할아버지가 어디에서 살고 몇 살인지는 잘 몰라요. 비밀인가 봐요."

"산타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자고 있을 때 집에 오시기 때문에 얼굴을 몰라요."

"예전에는 편지를 썼지만 요즘엔 세상이 변해서 엄마가 산타 할아버지한테 문자를 보내서 갖고 싶은 선물을 알려주는 거예요. 그런데 그 번호는 알려줄 수가 없어요. 그걸 알려주는 순간 이제부터 선물은 없어지는 거거든요."

"밤에 자고 있어야 선물을 갖다 주세요. 아이들이 안 자고 있으면 선물을 주지 않고 그냥 가신대요. 그러니 얼른 자요."

"산타 할아버지만의 방법이 있겠죠? 엄마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네요."


예전에는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래서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이래서 산타 할아버지한테 선물은 받을 수 있겠냐는 협박(?)이 통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이제 좀 컸나 보다.

특히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첫째 아들.

며칠 전에 갑자기 유치원생인 둘째에게 이야기한다.

"산타 할아버지는 없는 것 같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엄마, 아빠가 산타인 것 같아. 책을 읽어보면 산타는 없다고 나오거든. 그리고 산타를 본 적도 한 번도 없잖아. 산타 할아버지가 우리 집에는 어떻게 들어오겠어? 우리 집 비밀번호를 아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지 않아?"

둘째,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고 이야기하며 나에게 물어본다.

음...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글쎄요. 엄마는 산타가 아닌데요? 산타 할아버지는 진짜 있는 게 아닐까요?"

되도록 동심을 지켜주고 싶어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7살 정도에 이웃에 살던 친구가 산타가 엄마, 아빠라는 것을 알려준 다음부터 크리스마스가 더 이상 기다려지지도 않았고 특히 선물이 더 이상 없었기에.


둘째는 이리저리 생각하더니 "난 그래도 산타 할아버지가 있다고 생각해!"라고 말한다.

첫째는 그렇다면 정말 산타 할아버지가 있는지 올해는 잠을 자지 않고 확인해봐야겠다고 한다.

어떻게 집에 들어오는지도 너무 궁금하다면서.

음... 밤에 자야 선물을 갖고 오실 텐데 이야기해도 이젠 컸다고 잘 먹히지 않는다.

믿지 않으면 이제 선물이 똑 끊길 텐데, 그래도 괜찮을까? 물어보고 싶지만 꾹 참는다.

산타 할아버지의 비밀이 지켜져야 아이들 나름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테니까.

비밀을 알게 되는 순간 인생에서 하나의 즐거움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아이들이 그만큼 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슬퍼질 것 같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지나갈 것인지 쫄깃쫄깃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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