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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벚꽃에 열광할까?

by 느린 발걸음

봄이 되면 설렌다.

앙상했던 나뭇가지에 새순이 파릇파릇 돋는 걸 보면 나도 파릇파릇해지는 느낌이어서.

하루가 다르게 제 모습을 변화시키는 자연의 신비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서.

특히 꽃을 보면 그렇다.

산수유, 개나리를 시작으로 매화, 목련, 벚꽃, 철쭉, 라일락 등 꽃을 보고 있으면 눈이 황홀해진다.

가슴에 몽글몽글함이 피어오른다.

어쩌면 그렇게 시간 텀을 두고 제가 피어날 시기를 알고 피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그런데 올해는 봄인데도 추웠다.

4월인데도 다시 겨울이 닥친 것인가 싶을 정도의 추위가 느껴질 정도가 꽤 있었다.

그래서 다른 해에 비해 꽃도 조금은 늦게 핀 느낌이었다.

하지만 다시 꽃망울을 닫지는 않았다. 세차긴 해도 봄바람이니까 견딜 수 있다는 듯이.

그래서 대견했다. 연약해 보이는데 누구보다 강해 보여서.


작년에는 혼자 집 근처 산책을 하며 꽃이 피는 걸 눈에 하나하나 담았는데, 올해는 그러지 못했다.

그만큼 게을러졌는데, 그래도 꽃구경은 하고 싶었나 보다.

두 아들 하교 후 집 주변에 어떤 꽃이 피었는지 구경하자고 했다.

두 아들은 나보다 자연, 생물을 더 좋아하기에 앞장서서 좋다고 걷는다.

들꽃도 많이 폈다. 민들레, 제비꽃, 그 외 이름 모를 꽃들. (가끔 이름을 찾아보는데 자꾸 잊어버린다.)

하나하나 다 이쁘다. 향기가 나는가 싶어 살짝 코를 갖다 댄다.

향이 없는 꽃도 많지만 내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느 날, 벚꽃이 하나 둘 피기 시작하는 게 눈에 보인다.

이제 진짜 봄인가 싶었다.

따스하다 싶은 어느 날 피었다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고 빨리 사라져 버리는 벚꽃.

갑자기 벚꽃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벚꽃에 열광하는 것일까?

벚꽃 구경하러 많은 사람이 몰리는 벚꽃 성지가 있고, 벚꽃과 관련된 노래도 있고.

봄에 다른 꽃들도 많이 피는데 다른 꽃들이 질투할 정도로 벚꽃에만 과도한 관심을 가지는 걸까?

향도 없고, 꽃이 지고 나서 열리는 버찌 열매는 온 길가를 다 까맣게 물들이는데.

꽃이 피었을 때의 모습이 눈과 마음을 황홀하게 해서?

왠지 야리야리하고 봄을 상징하는 듯해서?

오랜 기간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고 짧은 기간 동안만 화려한 자태를 뽐내서?

꽃잎이 흩날리는 모습이 눈송이가 떨어지는 것처럼 감탄사를 자아내서?

잘 모르겠다. 사람마다 이유가 다를 테고, 모든 것이 복합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긴 이런 생각을 하는 나도 어느새 걸음을 멈추고 벚꽃을 보고 사진을 찍고 있다.

그냥 예뻐서겠지. 이제 정말 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오랫동안 함께 하지 못해서 있을 때만이라도 잘 즐기고 싶어서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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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 만난 벚꽃



그러다 궁금해졌다.

우리 곁에 함께 쭉 있는 것에도 이런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아마 아니지 않을까?

나만 해도 꽃을 피우니까 그제야 관심을 가지지, 꽃이 피기 전, 지고 난 후 나무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묵묵히 제 모습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런 건 제대로 몰라주고 꽃을 피우는 그 찬란한 순간만 간직하려고 했다.

꽃을 피우기 위해, 열매를 맺기 위해, 나뭇잎을 다 떨어뜨리고 내년을 기다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생각지도 않고.


벚꽃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곁에서 나를 지탱해 주는 것들의 소중함을 모르고 그냥 지나치고 있는 건 아닌지.

당연한 건 없는데 당연하게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묵묵히, 꾸준히 내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가끔 이 방향이 맞는지 점검하고 있는지.

노력하고 있지만 흔들릴 때가 꽤 있다.

누군가가 인생에서 꽃을 피우면 그 찬란함에 부러움과 감탄을 쏟는다.

그 사람이 지금까지 얼마만큼의 노력을 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묵묵히 꾸준히 하기엔 힘드니까 내 인생에도 뭔가 반짝이는 순간이 나타나기를 기대하는 건 아닌지.

쌓인 게 없어서 금방 들통날 텐데 말이다.


한때의 찬란함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갈고닦았을까.

그리고 그게 한순간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 또 열심히 노력하겠지.

그래, 해마다 피는 꽃들처럼.

그래, 아직 나는 더 쌓여야 한다.

쌓이고 쌓여 언젠가는 은은한 향을 내는 나만의 꽃을 피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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