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협박인가, 다짐인가?

by 느린 발걸음


두 아들과 놀이터에 자주 간다.

비가 오거나 너무 덥거나 춥거나 힘든 날 제외하고는 나가려고 한다.

남자애들이라 밖에서 에너지를 쓰는 게 집에 있는 것보다 훨씬 나으니까.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다고 나를 찾아와서 이것저것 해달라고 하고, 둘의 소음이 온 집에 가득해서 힘들다.

두 아들이 놀 때 나는 혼자 책을 읽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쉬면 되니까.


둘은 자기들만의 놀이를 만들어서 재미있게 논다.

뛰면서 서로를 잡기도 하고, 계단에서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기도 하고, 미끄럼틀, 시소를 타기도 한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그네다.

한 명씩 그네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어쩌면 둘이 할 얘기가 저렇게 많은지 신기하다.

이럴 때 보면 정말 사이좋은 형제인데. 가끔 싸울 때 보면 둘도 없는 원수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네에 앉아서 신발 던지기 게임을 하고 있다.

물론 사람이 없을 때만 한다. 다른 사람이 있으면 다른 놀이터에 가자고 한다.

그냥 다른 공간에서 놀아도 될 텐데 자유를 느낄 수 없다나? 불편하다나?

어쨌든 누가 누가 신발을 더 멀리 던지나 내기한다.

저게 뭘까? 저걸 왜 하는 걸까? 싶어서 물어보면 재밌단다.

신발을 멀리 던져놓고 양말로 그 신발을 찾으러 가면 양말이 더러워지는데 그런 것쯤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래, 빨래를 너네가 하지 않으니까. 한소리 하고 싶지만 참는다.

여기서 간섭하기 시작하면 나도 힘들고, 애들도 힘들 테니.

나도 어렸을 때 저렇게 놀았을지 어떻게 아나? 나는 더 짓궂게 놀았던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 너네는 너네끼리 그렇게 재미있게 놀아라, 나는 나 혼자만의 시간을 좀 가질 테니 생각하면 어김없이 아이들이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둘이 같이 이야기할 때도 있지만, 요즘엔 첫째 아들이 뭐라 뭐라 동생에게 말하면 동생이 나를 찾아와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러지? 자기는 이제 컸다 이건가? 초등학교 3학년과 1학년은 다르다 이건가?)

어쨌든 귀찮음을 무릅쓰고 가면 그네를 밀어달라면서 하는 얘기가 가관이다.

"엄마, 그네 밀어주면 우리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게요!"

방긋 웃으면서 상큼하게 이야기한다.

뭐지? 너네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는 것과 내가 그네 밀어주는 건 도대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거니?

도대체 저렇게 이야기하는 저 당당함은 뭐지? 협박인지 다짐인지 모를 저런 말을 한다고?

내가 그네를 밀어주지 않으면 자기네들이 아프거나 그러면 내 탓을 하겠다는 건가?

그건 아니지 않나? 내가 부모로서 해야 할 일은 하겠지만, 너희들 건강은 너희가 우선적으로 챙겨야지.

이런 속마음을 애써 접고 어이없다고 얘기하면서 딱 10번만 밀어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힘을 줘서 10번을 밀어주고 가면 얘기한다.

"엄마, 10번만 더요!"

이런. 내 이럴 줄 알았지. 예전엔 더 해줬다면 요샌 내 컨디션에 따라 다르다.

그네 밀어주는 것도 이젠 힘들다. 애들이 커서 그런지 무게도 장난 아니고.

그래서 10번으로 끝낼 때도 있고, 20번까지 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잘 보면 둘이서도 잘 탄다. 내가 굳이 밀어주지 않아도 저 멀리까지 가고 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본다.

애들이 왜 협박인지 다짐인지 모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게요!'라는 말을 하는지.

내가 건강해야 뭐든 할 수 있다고 자주 얘기해서 그런가.

너네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 거라는 얘기도 가끔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이 죽음에 관한 두려움과 공포가 있을 때가 있어서)

젊었을 때는 몰랐는데 한 해가 갈수록 건강이 최고라는 걸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건강에 관련된 이야기를 자주 하나 보다.

그러니까 저 아이들은 엄마의 약점을 알고 저런단 건가?

아니겠지? 엄마와 시간을 좀 보내고 싶은 자기들만의 제스처겠지?

아직은 그렇다고 생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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