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이제 그만!!!

by 느린 발걸음

9월 초부터 병원에 꽤 많이 갔다.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는 감사한 곳이 병원이지만, 자주 가면 병원 소리만 들어도 지친다.


그 시작은 어머님이었다.

강원도에서 일을 하다 무리하셨는지 허리와 다리 통증이 너무 심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셨다.

대학병원 외래 진료 있는 날이라 강원도에서 우리 집에 오셨는데, 저런 상태셨다.

우리 집 근처에 있는 병원에 먼저 모시고 가서 주사 맞고, 약 처방받으셨다.

그리곤 대학병원 외래 진료를 보시곤 괜찮겠지 하며 내려가셨다.

그런데 2~3일 정도 지나도 전혀 차도가 없고 너무 아프시고 다리까지 저리다고 하셨다.

둘째 서방님이 강원도 가셔서 어머님 모시고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남편과 교대했다.

그렇게 응급실에서 하루 넘게 접수하기 위해 기다렸다. 그런데 결국 접수조차 하지 못했다.

잠도 못 자고 불편한 응급실 앞 의자에서 하루 넘게 대기만 하다 지친 어머님과 남편.

그곳에 있다가 더 병이 날 것 같아 일단 우리 집에 모시고 왔다.


다음날 막내 도련님이 어머님 모시고 우리 집 근처 병원에서 검사받고 강원도 모시고 가겠다고 하셨다.

어머님이 잘 걷지도 못하시고 아프신데도 혼자 사시는 강원도에 내려가겠다고 하셔서.

삼 형제가 다들 안 된다고 했지만 어머님의 고집을 아무도 꺾지 못했기에.

그런데 병원에 갔더니 당장 입원하셔야 한다고 했단다.

통증 주사를 맞는데도 전혀 차도가 없어 MRI 검사를 했는데 원래 있던 척추 협착증에 허리 디스크까지 더해진 상태여서 수술도 빨리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어머님은 대학병원 진료를 쭉 받아오셔서 응급실 접수도 되지 않는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싶으셨나 보다. 어쩔 수 없이 내가 전화해서 알아봤는데, 외래 진료가 제일 빠른 게 내년 4월이라고 했다.

그 시간까지 기다릴 수 없으니 그곳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때까지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다들 고생했다.


어머님 수술 결정하기 며칠 전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연고 어딨는지 아냐고.

둘째 아들이 화장대 위에서 바닥으로 점프를 하다가 넘어지면서 턱 쪽에 상처가 크게 났단다.

바로 집에 가서 확인해 보니 피는 멈춘 상태였지만 오른쪽 턱 아래 상처가 좀 심해 보여 병원에 가보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렇게 아프다고 우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다행히 골절은 아니고 살짝 찰과상 정도라서 약 먹고 드레싱만 하면 된다고 하셨다.

그렇게 매일 상처 소독하고 드레싱 해주고 조금씩 아물어가고 있었다.


그 사이 남편은 어머님 병원에 왔다 갔다 했다.

어머님이 입원하신 곳이 간호통합병동이라 면회 자체가 쉽지 않았는데, 남편은 어머님이 수술 후에 아프셔서 밥도 제대로 못 드신다는 얘기에 내가 썰어준 과일을 챙겨서 몇 번 갔다. 나도 두 번 정도 가고.

입원하신 상태에서 대학병원 검사 있으셔서 남편이 또 모시러 왔다 갔다 하고.

그렇게 병원에 자주 들락날락하면서 조금씩 지쳐가던 남편과 나였다.


그런데 첫째 아들이 갑자기 발목이 아프다는 거다. 만져주면 좀 괜찮은데 걸으면 통증이 느껴진다고 했다.

다음날 되면 좀 괜찮은 것 같다고도 하더니 또 시간 지나면 아프다고 하고.

못 걸을 정도는 아니어서 학교 마치고 근처 정형외과에 갔다.

X-ray, 초음파를 찍었는데 뼈, 근육 등에는 이상이 없고 발목 부근에 염증이 생겼다고 했다.

드레싱 하고 보호대 하고 약 먹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다.


날씨가 조금 차가워지면서 둘째 아들의 비염이 시작됐다.

코가 답답하다고 계속 만지고 기침, 콧물에 두통도 있다고 하고, 눈까지 가렵다며 계속 만졌다.

어쩔 수 없이 또 병원에 갔다. 비염에 감기까지 겹쳐서 그랬다고 했다.

약 먹으면 괜찮은데 며칠 있으면 또 불편해서 한 번 더 병원에 갔다.


어머님은 9월 중순쯤 퇴원하셨는데 퇴원 후 10일 사이에 수술한 병원과 대학병원 외래 진료가 잡혀 있었다. 그 상태로 혼자 계시기엔 무리라서 우리 집에 오셨다.

우리 집에 계시는 동안에도 남편이 병원에 모시러 왔다 갔다 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대부분 외래 진료가 오전인데, 남편은 보통 새벽에 일을 마치고 오는 경우가 많아서.)


이렇게 병원을 자주 왔다 갔다 하면서 남편과 나는 이제 병원 소리만 들어도 지친다.

아픈 사람이 더 힘들긴 하겠지만 그걸 옆에서 지켜보고 데리러 갔다 오는 걸 반복하다 보니.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 둘은 그 사이 병원에 안 갔다는 거다.

남편과 나 중 한 명까지 병원에 갔다면 아마 더 힘들지 않았을까.

다들 건강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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