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여행
가리왕산, 소소한 가을이 그곳에서 나를 반기더라
가리왕산은 예전 친한 이들과 북반구가 자생이라는 자주종덩굴을 찍으러 갔던 기억이 있다. 얼마 전에는 동계올림픽 때문에 스키장이 들어섰다는 이야기에 그곳의 안부가 궁금하기도 하였다.
예전에 갔던 곳도 장구목이였는데 숲공부를 위해 다시 간 코스도 장구목이다.
숲에 무슨 공부가 필요할까 싶겠지만 아는 만큼 보이는 것도 있지만 하나씩 알아가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나는 게으른 학생이라서 숲의 느낌과 소소한 자연 그림에 그저 고맙다 여기며 기뻐할 뿐이다. 그 와중에 듣는 나무 이름과 숲 이야기는 숲을 떠난 순간 대부분 잊어버린다. 그러면 어떠랴. 다시 또 찾아든 숲은 더 너른 품으로 나름 안아주리라 믿는다.
이끼가 창연한 계곡물은 철철 소리내어 흐른다. 그 위에 내려앉은 낙엽이 이 가을도 멀지 않았다고 말하는 듯하다. 걷는 내내 고운 색으로 물든 잎이 가까이 와보라고 부른다. 저의 이름은 회목나무란다. 솔나리 피던 어느 산정에서 만났던 앙증맞은 꽃이 이제 열매를 맺어 귀걸이 마냥 달랑달랑 매달고 있다.
사시나무 도열한 산책로를 걸으며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듣는다. 세월에, 발길에 벗겨진 뿌리는 더 단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