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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없는 세상 25화

점철

by 이현성

남은 생에는 웃는 사람은 만나지 말자
열두 시에 전화로 불러내어
네 시까지 취해 우는 사람이나

생판 남의 어깨를 치면서 웃는 사람이나
내용도 모르는 영화를 둘이서 보는 사람이나
늦은 밤 손잡고 잠결이었다 말하는 사람이나

이상한 사람이다, 그렇게 나를 달래고

다음 생에는 미련 없는 사람과 살자

눈물이 없는 사람과

사랑이나 우리 같은 말을 입 밖에 내지 않는 사람과
나 같은 건 깨끗이 버릴 수 있는 사람과
아무래도 좋다는 듯 젖으면서

잠들고 잊어버리자
멀리 떠나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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