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사랑, 그리고 체력전
주말 내내 집이 꽉 찼다.
동생네 부부가 조카들을 데리고 놀러 왔다.
8살, 7살 연년생.
딱 에너지 폭발할 나이.
2박 3일 동안 우리는 꽤 부지런했다.
바레 운동도 같이 하고
어린이날 기념으로 미술관도 다녀오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함께 해 먹기도 하고.
이 정도면 약간 봉사활동 중인 거 아닌가? 하다가도
조카들 웃는 얼굴 보면 마음이 스르르 녹았다.
그러다 다시 깨달았다.
체력은 녹아내리고 있다는 걸.
말이 늦어 걱정이 많았던 막내는
혀 짧은 소리로 쉴 새 없이 말을 걸었다.
“이모, 이모오 이거 바아!”
“이모 나 이거 하꼬야!”
“이모 이모오 왜애?”
앙 깨물어주고 싶게 귀여웠지만
이모란 이름이
내 진짜 이름인가 싶어질 정도로 불러댔다.
그리고 오늘 아침.
잘 가라는 인사를 몇 번이나 나누고
드디어 그들이 떠났다.
문이 닫히고 현관이 조용해졌다.
아, 이 고요.
솔직히 말하면, 너무 좋다.
반가웠고 즐거웠고
사랑스럽기까지 했는데
지금은 마냥 개운하다.
마음도 몸도 집안 공기도.
가족이란 그런 건가.
애틋하고 함께하면 따뜻하다가도
또 이렇게 헤어질 땐
깊이 숨을 한 번 내쉬게 만든다.
이번 주말 이모로서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지금 다시 나로 돌아간다.
이모 모드는 잠시 휴업.
그래서 더 소중해질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오늘은 조용히 커피 한 잔.
행복의 본모습은
시끌벅적일지도 모르겠지만
행복이 지나간 자리에서
잠시 묵언수행 좀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