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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는 안 되지만 기분은 살찝니다

떡볶이 찬가

by 소피아

떡볶이 싫어할 사람이 있겠냐만은

난 그 중에서도,
너무 좋아해버린 사람이다.
진심으로. 오래도록.


마치 나한테만 특별히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음식 같았다.

떡볶이는 그냥 음식이 아니라

사춘기 내 감정의 찐친이자

대학시절엔 야무진 한 끼 식사였고

지금은 애들이 감탄사를 연발하는

우리집 공식 ‘최애템’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요즘은...
떡볶이를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된다.

뭔가 얹힌 거 같고

뱃속에 오래 무겁게 남아 있다.

그 사실이 조금 슬프다.
아니, 꽤 많이 슬프다.


그래서 이제 떡볶이는
마음속으로 아껴먹는 음식이 되었다.

소화는 안 되지만

기억은 잘 되는 음식.


아이들이 어릴 땐
매운 걸 잘 못 먹어서
궁중떡볶이 스타일로 만들어줬다.
간장, 조청, 다시마 육수, 소고기

영양 만점 떡볶이.


이제는
고추장을 슬슬 푼다.
은근히 달큰하게,
그리고 아주 조금 매콤하게.

가끔은 치즈 한장 투척으로 부드럽게.


아이들이 "엄마 떡볶이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라고 말할 때면
속은 더부룩해도

마음은 날아갈 듯하다.


어린 시절 고향 바닷마을에서는

어묵을 듬뿍 듬뿍 넣었다.

그러면 감칠맛이 끝내준다.

파도 잔뜩,
국물은 살짝 진득해야 한다.


요즘은

떡볶이를 만들기 전
잠시 망설인다.
“먹고 나서 소화 안 될 텐데...”


그런데도 또 만든다.

왜냐면
어쩐지 먹고 싶은 날이 있거든.

오늘 같이 꿀꿀한 날엔 특히 더.






감정적 사모님 감정 요약


예전과 다른 떡볶이

그래서 더 소중해진 기억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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