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해봅시다
1년에 한 번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건강검진.
전날 금식 덕에 더 출출해진 아침
부지런히 병원으로 향했다.
신체 계측을 하는데
숨어 있는 키를 발견했다.
무려 1cm.
평생 거의 0.1의 오차도 없이 같은 키였는데
작년에도 살짝 자라더니
올해 또 조금 더 자랐다.
이 나이에 키가 자라다니.
그게 가능한 일인가 싶다가도
아마도 그건 정직하게 쌓아가는
움직임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
조금씩
펴주고 돌보고 지탱했던 날들의 합이
나도 모르는 사이
몸 속 어딘가에서 자라고 있었던 거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 봐도
나는 안다.
몸은 더 가벼워지고
속은 더 단단해졌다.
그러니 이건
몸이 보내온
작은 축하장이랄까.
말없이 해낸 날들을
기억하는 몸.
가장 솔직한 기록은
그래서 늘 몸에 남는다.
언제 이렇게 푸르러졌나.
검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마른 나뭇가지들은 간 데 없고
사방이 초록초록하다.
다들 보이지 않게 자라다가
어느 순간 짠! 하고 나타난다.
그러니
계속... '해야지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