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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석 Jun 28. 2019

천리마를 알아보는 백락의 눈이 아쉽다

한 고조 유방이 천하를 얻은 후 주연을 베풀고 뭇 신하들에게 물었다.

 "내가 천하를 얻고 항우가 천하를 잃은 까닭은 무엇인가?"

신하들이 답했다. "폐하는 성을 공격해 승리하면 천하의 이익을 그곳 백성들과 나누었지만, 항우는 전쟁에서 공로가 있는 자에게 공적을 나누지 않고 오히려 해치고 의심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유방이 말했다. "계책을 짜내어 승리를 얻게 하는 것은 내가 장량보다 못하고, 백성들을 위무하고 군사와 양식과 전쟁물자를 적기에 공급하는 것은 소하만 못하다. 100만 대군을 통솔해 싸우면 이기고 성을 빼앗는 재주는 한신만 못하다. 그러나 나는 이들 빼어난 인재를 등용하고 적소에 배치해 그들 능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게 했다.  항우는 범증 한 사람이 있었지만 그 한 사람도 믿지 못했다. 이것이 항우가 나에게 패한 이유이다."

용병의 중요성을 꿰뚫은 말이다. 이것은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빼어난 인재를 찾는 것, 그 인재가 빛을 발할 수 있게 지원을 하는 것, 이것이 용인술의 요체일 것이다.천리마는 어느 시대에나 있게 마련이다. 다만 천리마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백락과 같은 사람이 없을 따름이다. 세종에게는 수많은 천리마 같은 인재가 있었다. 황희 정승을 필두로 맹사성, 허조, 변계량, 류관, 최항, 정인지, 성삼문, 신숙주, 박팽년, 이개, 최윤덕, 김종서, 이종무, 이천, 장영실, 이순지, 등등...

하늘이 세종 조에만 그토록 많은 인재를 냈을 리가 없다. 수많은 말 가운데에서 천리마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세종이 있었기에 그 많은 인재들이 빛을 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황희는 세종의 세자 책봉을 반대했던 인물이었다. 양녕대군의 세자 직 폐위를 누구보다 반대했던 사람이 이조판서 황희였고 끝까지 양녕의 세자폐위에 대한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아 귀양까지 갔던 인물이 황희였다. 세종은 자신의 즉위를 그토록 반대한 사람의 인물됨을 알아보고 수많은 허물까지 덮어주고 무한 신뢰를 보여 황희를 조선 시대 최고의 재상으로, 청백리로 만들었다.

춘추전국시절, 제나라 양공의 포악한 정치를 견디지 못하고 동생 규는 관중과 함께 노나라로, 소백은 포숙아를 데리고 거나라로 망명을 한다. 양공이 시해되자 노나라는 공자 규를 제나라로 보내면서 관중에게 따로 군대를 주어 거나라에서 돌아오는 소백을 죽이라고 지시한다. 관중은 말을 달려오던 소백을 활로 쏘아 말에서 떨어뜨렸다. 소백이 죽었다고 안심한 규 일행은 느긋하게 제나라로 향했지만 화살을 맞고 말에서 떨어졌던 소백은 먼저 제나라로 달려가 왕에 추대되어 왕좌에 앉는다. 소백은 관중이 쏜 화살에 허리띠의 장쇠를 맞아 죽지 않았던 것이다. 소백은 공자 규 일행을 내쫓고 노나라를 공격해 포위를 하고는 '내 동생인 규는 노나라가 처치하고 관중은 제로 보내라, 내가 죽여 소금에 절여 천추의 한을 풀 것이다'고 요구를 한다. 이에 노나라는 공자 규를 죽이고 관중은 제나라로 보낸다. 이때 포숙아가 환공에게 진언을 한다.  "께서 제나라만 다스릴 생각이라면 저 혼자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천하를 다스릴 패자가 되려고 한다면 관중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관중을 등용하는 나라가 천하를 다스릴 것입니다. 관중을 등용하십시오"환공은 포숙아의 건의를 받아들여 관중에게 대부 벼슬을 내리며 크게 환대한다. 이후 환공은 인재 등용 등 관중의 건의와 계책을 받아들여 마침내 맹주로 추대되어 견 땅에서 '회맹의식'을 가지고 천하의 패자가 된다.환공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사람까지도 크게 쓴 통 큰 리더십으로 천하의 패자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나라를 구할 인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즈음이다. 지금이라고 천하에 인재가 없을까? 구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한 번 쓴 인물을 쓰고 또 쓴다. 인재를 찾으려는 의지가 있고 노력만 한다면 인재는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인재에 대한 온갖 정보가 널려있기 때문에 백락과 같은 감식안이 없더라도 검증된 인재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라를 구할 인재를 찾는 노력보다 내 편, 네 편만 따지고 그것이 인재 선정의 기준이 되고 있는 이즈음이다. 내 편, 네 편을 따지고 그것이 인재 중용의 기준이 된다면 천하를 구할 인재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사람, 자신을 끝까지 반대했던 사람까지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크게 중용하는  통 큰 리더십이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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