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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보름 Dec 17. 2023

한국과 뉴질랜드의 직장문화 차이

솔직하면 '손해'보는 나라

신랑은 월급과 복지의 문제로 1년 만에 한국에서의 첫 회사를 그만두고 한 달 만에 같은 직종의 복지가 좀 더 나은 회사로 이직을 했다. 연봉은 전 회사보다 적었지만 야근과 출장이 이해될 수준이어서 이전 회사보다 삶의 질이 훨씬 나아졌다. 일주일에 2~3일 정도는 바쁘고 하루 이틀은 정시에 퇴근해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있었고, 주말과 공휴일에도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돈은 적었지만 삶이 질적으로 나아졌기에 우리는 감사했다. 그럼에도 이전회사와 큰 차이 없이 바뀌지 않는, 한국회사가 갖고 있는 특징들이자 뉴질랜드의 직장문화와 달라 신랑이 힘들어한 것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출퇴근 시간과 상관없이 울려대는 전화와 메일, 톡 메시지였다.


 1. 지켜지지 않는 워라밸 vs 워라밸이 필수인 나라


 퇴근은 6시 정시에 해서 집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하거나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에도 끊임없이 신랑의 전화는 울려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이전 회사에서는 정말 쉴 틈 없이 울려대던 전화가 새로 들어간 회사에서는 빈도수가 적게 울린다는 점이었지만 퇴근 후에 울려대는 전화는 여전했다. 업체에서의 연락, 회사 사람들의 연락은 가족과의 식사시간을 방해하기 일쑤였고, 심지어는 전화를 받고 다시 회사에 가서 일처리를 하거나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집에서 처리를 하여 다시 보내주어야 했다. 이쯤 되면 명명백백 오버타임이라 불릴만하고 그에 합당한 오버타임 수당을 받아도 될 정도였지만 한국에서 이런 식의 일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으레 누구나 그렇게 하는 것처럼 되어버린 듯했다.

 

 뉴질랜드에서도 신랑 일의 특성상 일이 많을 때에는 오버타임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경우는 적어도 며칠 전에 미리 공지가 되당일 급하게 오버타임을 해야 하는 경우 30분 안팎이었다. 그리고 일이 끝나고 집에 왔을 때 회사에서 연락이 온다든지 주말이나 휴일에 연락이 오는 경우는 전혀없었다. 회사의 중요한 공지는 이메일로 보냈고 개인적으로 팀원이나 동료가 일이 있어서 늦게 온다고 문자로 연락이 오거나, 직원이 휴가를 간 사이 그 직원이 맡은 업무 처리에 문제가 생겨 물어봐야 할 경우에 그것도 정말 급한 경우에 전화를 하는 경우는 있어도 일처리를 맡기거나 요청하기 위해 근무 외 시간에 연락을 하지 않는다.  한국은 출퇴근 시간이 있고 이미 퇴근을 했음에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듯했다. 특히나 전화나 문자, 톡 메시지 같은 경우에는 늦은 시간까지 울려대는 일이 많았다. 물론 직종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회사 근무시간 외 시간에 일처리를 하게 하는 것은 명명백백 개인의 시간을 침해하는 것이 아닐까?





2. '갑을' 문화 vs '수평' 문화


 신랑의 회사와 일을 하는 업체는 보통 이름만 대면 알만한 굵직한 정부기관의 관공서들이었는데, 신랑은 들을 상대하는 것을 유독 힘들어했다. 늦은 시간까지 일 요청을 하는 것뿐 아니라 철저히 '갑'으로서 말과 행동을 하는 것 때문이었다. 의견이나 일적인 것에 대한 상의를 할 때에도 상의가 아닌 일방적 통보식이 많아 그런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했다. 그쪽에서 일을 의뢰를 한 것이고 신랑 회사 쪽에서는 일을 맡아 처리해 주는 관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소통하여 일을 처리하고 결과를 만들어가면 될 텐데 소통이 되지 않고 일방적으로 요구를 하고 그 요구에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식이 부하직원과도 소통으로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일을 해오던 신랑이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하는 부분이었다.


 한국 계약서에는 왜 '갑'과 '을'이 존재할까? 계약서 상에 갑과 을이 존재하니 회사는 항상 '갑'이고 직원은 항상 '을'이다. 계약상 이미 수직관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회사와 직원, 업체와 업체 등 서로 계약은 했다 하더라도 일처리를 하거나 같이 일을 하는 입장에서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고 봐주면서 동등하게 일을 할 수 있음에도 계약서 상 명시되어 있는 '갑'과 '을'의 문화는 한쪽에만 높은 권력을 부여하고 다른 한쪽은 그 아래 위치하게 만드는 관계를 만든다. 뉴질랜드 뿐 아니라 어느 나라라 하더라도 회사가 위에 있고 직원들이 하위에 있는 구조는 같고, 직원은 자신이 속한 회사의 룰과 방침을 따라야 하고 정해진 의무와 과업을 행해야 하는 것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수직관계가 일처리를 하는 방식에까지도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의견을 조율하고 소통하고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상사의 말에 절대복종해야 하고, 회사의 방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그렇지 않으면 회사에서 눈 밖에 나는 명명백백한 수직구조가 여전히 한국의 회사에는 존재했다.




3. 솔직하면 '손해' 보는 나라 vs 솔직해야 '인정' 받는 나라


 야근과 출장이 많고 주말에도 쉴 수 없이 일을 해야 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 옮긴 회사에서 신랑은 짧았지만 업무강도가 높아 일 성과를 많이 냈었던 이전 회사에서의 경력을 인정받아 팀장을 맡겨 되었다. 연봉도 이전 회사와 비슷하게 책정해 주고 팀원들도 새로 뽑을 수 있는 권한을 주며 팀을 잘 꾸려나갈 수 있게 회사에서 지지를 해주었다. 그러나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신랑이 팀을 운영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회사에서는 신랑에게 질책을 했고, 팀원들을 관리해야 하는 팀장직을 처음 맡았던 신랑은 이전 회사에서 혼자 모든 업무처리를 전방위로 해왔던 대로 혼자서 일처리를 도맡아 하고 팀원들에게는 압력을 주지 않고 최대한 서로 편하게 일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는데 그 점이 회사에서는 질책 사유가 되었던 것이다. 팀장으로서 팀원들에게 일을 맡기고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게 관리 감독하는 역할이 팀장인데 그런 관리직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질책을 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신랑은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했고 그렇지만 회사의 이윤을 남기기 위해 최대한 외부에 일을 맡기지 않고 팀 안에서 일처리를 한 것과 수주받은 일을 문제없이 처리하여 좋은 결과를 낸 것들을 이야기했지만 회사에서는 신랑이 인정한 그 부족한 점만을 잡아 계속해서 질책을 했고, 결국 팀을 해체시켰을 뿐 아니라 연봉도 삭감하였다. 불과 6개월만에 말이다. 그 과정에서 남편은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한국회사에서는 더 이상 일을 하고 싶지 않다고까지 이야기를 하여 우리 가정에 큰 위기가 왔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뉴질랜드에서는 일을 하다가 잘못을 하거나 실수를 했을 때 오히려 솔직하게 자신의 부족함이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서로에게 신뢰를 주고 더 믿고 일할 수 있는 문화였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솔직하게 말하고 특히나 자신의 실수하거나 잘못한 것에 대해 인정을 하면 그것을 빌미로 책을 잡히게 되어 오히려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손해라고 했다. 그리고 그 손해는 우리가 매달 받는 월급이 깎이는 것과 회상에서는 팀원들없이 혼자 일처리해야하는 것으로 받고 있다.




 솔직함을 미덕이라고 생각하며 지내온 신랑이 오히려 솔직하게 살아서는 책이 잡히고 그것으로 승진은 커녕 연봉까지 깍이는 경험을 하고 나서 처음으로 뉴질랜드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을 했다. 솔직게 왜 비난을 받아야 할까? 유독 한국뉴스에서는 무슨 일들이 터질 때마다 책임지는 사람들이 없고 서로 남 탓, 정부 탓, 상황 탓을 하던 모습들이 이러한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면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문화에서 나온 게 아닐까? 물론 책임을 져야할 사안에서는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했다하더라고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작은 실수조차도 인정하는 순간 그것이 나의 책이 되고 발목을 잡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없게 되버린다면 아무리 작은 실수나 잘못이라도 누가 나서서 솔직히 인정을 하고 책임을 지려고 할까? 이 세상에 실수없고 잘못없는 완전무결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리고 초짜이거나 업무에서 처음일때 실수없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솔직히 인정했을 때 그 부분을 오히려 좋게 봐주고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게끔 북돋아 준다면 그것은 분명 더 좋은 결과로 돌아오지 않을까?





* 사진: 클립아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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