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공간
부엌과 주방의 차이는 무엇일까?
글을 적어 남기기 시작하면서 단어의 선택이 조심스러워졌다. 비슷한 단어가 있을 경우 더욱 그렇다. 선택의 기준이 모호하면 나름의 이유를 찾는다. 그중 지금까지 정리를 하지 않고 있다가 기회가 되어 구분해보려는 단어가 있다, 부엌과 주방.
부엌 「비슷한말」 주방(廚房)
일정한 시설을 갖추어 놓고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는 등 식사에 관련된 일을 하는 곳.
주방 「비슷한말」 부엌
음식을 만들거나 차리는 방.
: 국립국어원표준국어대사전
음식을 만든다는 것은 같지만, 주방은 '방'이라는 것이 강조된 것 같고, 부엌은 일정한 시설을 갖추어 놓고, 식사에 관련된 일을 하는 '곳'이라는 말이 폭이 넓어 보인다. 주방은 부엌 주(廚)에 방 방(房)을 쓴다.
국립국어원 한국어-외국어 학습사전인 '한국어기초사전'에는 부엌은 '집에서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는 등 식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장소.'로, 주방은 '음식을 만들거나 차리는 곳.'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부엌은 '집'이라는 장소로 조금 한정되어있다.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에서 '부엌과 주방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이 올라와있다.
안녕하십니까?
보이신 두 표현은 비슷한 말로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부엌'은 순우리말 표현인 반면 '주방(廚房)'은 한자어 표현이라는 차이가 있습니다.
또한 '주방(廚房)'은 '부엌'과 달리 역사 전문 용어로 쓴다는 차이도 있습니다. 이때 '주방'은 조선 시대에 둔, 궁중의 육처소(六處所) 가운데 하나로, 대궐 안의 음식을 만들던 곳을 일컫는 말이었습니다.
부엌은 우리말로, 아래의 어법을 찾아볼 수 있다.
부엌의 어법을 살펴보면, 불을 때기 위한 나무단 -> 불을 때는 아궁이 -> 일정한 시설을 갖추어 놓고 요리나 설거지 따위의 일을 하는 곳으로 이어진다.
여기서만 보면 불에서 도구, 그리고 장소로 이어진 것이 우리가 아는 부엌이고, 거기서 더 나아가 ‘방’이라는 공간으로 들어간 것이 주방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불가에 모여, 불을 쬐고 요리를 하고, 먹고 생활하던 때의 그곳이 부엌의 시작이라고 하면, 불이 아궁이가 되고 부엌이 되었듯 더욱 전문화되어 음식을 조리하는 곳으로 독립된 것도 부엌이라고 할 수 있겠고, 불에서 시작되어 난방까지 겸했던 부엌에서 집 안으로 들어오고, 불의 형태가 바뀌고 온전히 음식 조리만이 남겨진, 전문화된 시설이 갖추어진 곳으로의 부엌도 포함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주방도 확장하고 변해서 어떤 주된 시설에 딸린 별도 조리하는 공간에서 주방 설비가 갖춰진 곳, 거실과 이어진 집의 주방도, 야외의 주방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부엌과 주방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다.
비슷한 의미로 쓰는 말이지만 나는 ‘불’에서 온 부엌이라는 단어가 가진 힘이 좋아서 부엌과 주방을 구분해서 쓰려고 한다. 거기에 하나 더해 얼마 전 보았던 ebs 다큐멘터리 ‘요리의 과학’ 편에서 ‘불로 요리하는 인간’이라는 주제가 나에게 부엌이라는 말에 더 힘을 주었다. 주방은 실내, 방이라는 곳으로 들어오며 진짜 ‘불’이 아닌 정제 된 불, 힘이 통제된 불이어서 ‘활활’ 타오르는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나의 본업과 딴짓 사이 묘한 교집합으로 ‘부엌’을 쓰고 읽을 때는 부 엌 하고 힘주어 생각한다.
불이 있는 공간,
요리 하는 인간,
그 마력의 부엌,
편리함과 안락함을 얻은 주방.
사람들이 캠핑을 가는 이유 중 에는 '직접 불을 만나기 위함'도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우리도 오랜만에 진짜 불을 다룰 기회를 얻어서, 훈제를 해 먹었다.
j의 참나무 숯 훈제,
참나무에 불을 붙여 숯을 만든다.
바질을 버무린 삼겹살과 칼집 낸 통 레몬으로 속을 채우고 올리브 오일로 코팅했어야 했는, 있는 기름으로 대신 한, 통닭과 저민 감자, 달걀, 다진 양파로 속을 채운 파프리카.
겉은 바삭하며 향이 배어 있고, 속은 촉촉하며 레몬즙이 스몄다.
야외 부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