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2.08
예전에 다른 곳에 적었던 글을 올려봅니다. 날짜를 보니 10년 전 즈음이 됩니다. 버튼 없는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던 때 적었던 것입니다. 글자 배열이 어수선한 것은 의도된 것이고, PC에 최적화되어 있어서 모바일에서 볼 때는 더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ㅌ ㅏ ㅌ ㅏ ㅌ ㅏ ㅌ ㅏ ㅌ ㅏ
ㄱ ㄱ ㄱ ㄱ 사
무
실
가
득
히
울
리
는 키보드
ㅅ
ㅗ ㄹ ㅣ ㄴ
ㅡ
ㄴ
ㄱ
ㅡ
모스부호 같이 키보드 치는 사람의 상태를 전달한다.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어떨 때는 발랄하게, 또 아닌 때는 무겁게 , 무섭게 들리기도 한다.
칸막이와 복도로 나뉘어 서로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서로의 영역이 구분되어 있더라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소리의 공간을 열어두었고, 우리는 여러 가지 소리를 공유한다.
문 열고 닫는 습관. 전화 벨소리.
우리는 서로의 발자국 소리쯤은 다 알고 있다.
누군가가 자리에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있다.
그 소리의 공간은 의도적으로 키워지기도 하고 줄여지기도 하고 , 물리적 장치로 차단되기도 한다.
건축에서 차음 성능은 보통의 경우 수많은 변수를 제어할만하게 완벽할 수 없기에 통상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순위에 따라 우리 집과 남의 집 이 방과 저 방을 구분하여 차등을 두고 최소한의 규정을 만들어두었다.
공간에서 소리 자체는 어찌할 바가 없지만, 이런 모든 것들의 인지의 경계는 대게 나에 의해 결정된다.
보통날들의 우리는 내가 만들어낸 영역에 ㅍ
ㅜ
ㅇ
ㅜ
ㄷ ㅏ
ㅁ 겨져 있기 때문에 , 그것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도 한다. 지금 나는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내 키보드 소리를 ' 타다다닥 ' 울리며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을 마무리하고 확인 버튼을 누르면 나는 내 소리의 경계를 지울 것이다. 숨소리는 어쩔 수 없다.
오늘, 내 생각에 사라질 위기의 소리를 하나 찾아냈다.
전화기 버튼 소리.
꾸욱 버튼을 누르던 전화기 대신, 아무 소리가 없어진 스마트폰의 키패드를 누르며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낼 때면, 그 내용이 어찌 되었든 간에, 내 손가락 리듬을 기계적 소리로도 표현하지 못하는 냉정함이 내 감정을 잘 전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전화 거는 소리가 사라졌다.
문자 보내는 소리가 사라졌다.
뭐 그다지 신경 쓸 중요한 소리는 아닐 수 있지만,
그 소리가 없어지고 있음을 알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