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께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
떡국떡의 맛있는 두께는 얼마만큼일까?
주말에 떡볶이 재료를 사러 갔었는데, 떡볶이떡이 떨어졌다 하시며 가래떡을 권하셨다. 잠시 고민하다가 두 줄을 잡아 집으로 왔다.
말랑한 떡을 어떻게 요리할까. '가위나 칼에 물을 묻혀 자르세요.'라고 떡집 사장님은 알려주셨다. 일반 떡볶이 모양의 얇고 길쭉한 모양을 생각하며 엄지손가락 길이로 자르고 세로로 4등분 해보았다. 우선 칼로 잘라 모양을 잡기가 어려웠고, 비뚤어진 부채꼴 형태의 떡이 그리 맛있어 보이지도 않아서, 가끔 쌀떡볶이 집에서 먹을 수 있는, 2.5cm 정도 직각방향으로 납작한 원통형이 되도록 썰었다.
다음날은 한 줄 남은 떡으로 간단하게 떡국을 만들어 먹으려고 했는데, 냉장고에서 굳은 떡을 ‘이번에는 어떻게 썰까’를 생각하다 보니, 보통의 떡국떡 식감이 나에게 ‘얇다’라고 생각되었다. 부드럽고 떡의 진득함이 살아 있지만 사선으로 썰어져 끝이 약간 흐물거리는 형태 자체도 의문이 들었다. 새 해에 하얀 떡국과 긴 가래떡의 의미까지는 기억하고 있지만 썰어있는 형태는 어떻게 된 것일까?
'어슷하고 얇게'
궁금증으로 찾아본 보통의 떡국떡은 엽전 모양으로 썬 것이라고 한다. 지역에 따라 조랭이 떡국도 있고, 지금도 집안에 따라 동그랗게 태양 모양으로 써는 곳도 있다고 한다. 어슷하게 썰어 한입 떡의 면적을 넓힌 것일까?
수북이 쌓인 하얀 떡잎들 바라보며 함께 나눌, 나눠먹는 일을, 추운 겨울의 끝자락을 무사히 지나고 새해를 기대하는 마음을 나누어 먹는 일. 모든 세대를 아우르며 함께 모여 먹는 음식이기에 숟가락으로 떠서 먹기 편하게 만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가 좋지 않은 노인들과 어린이들을 아우르는.
어릴 적 기억에 우리 집에서는 쌀을 불려 방앗간에 가져다주고 흰 가래떡을 뽑아와 식혀두었다가 낮에는 다른 음식 준비를 하고 밤까지 떡을 써는 고된 일들을 하였다. 지금은 썰어져 있는 것을 구입한다.
오늘의 나는 우리의 떡국 한그릇을 위한 준비를 이렇게 하겠다. 가래떡을 반으로 나누는 것부터 시작해서 등분하여 도톰하게 직각으로 썰고 ( 손가락 한마디 정도) 팔팔 끓는 육수에 넣어 말랑하게 익혀 낸다.
하지만 그래도, 내일 우리는 오래 건강하고 복 있는 새해를 바라면서 얇게 썬 하얀 떡을 가득 쌓아두었다가 한 그릇 끓여 나눠먹어야겠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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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숙 할머니 살림살이 중 떡국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