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는 곳이 달라지니까 식탁 메뉴가 바뀌었다.
튀겨주는 돈까스, 구운 김, 맛 좋은 반찬, 그리고 생선, 산지 직송 정육점, 이렇게 채소가게들이랑 요즘 자주 가는 곳인데, 예전에는 이런 품목은 버스 타고 멀리 장을 보러 갔어야 했다면, 요즘에는 근처에서 살 수 있는 곳이 있으니까 자주 식탁에 오르고 있다. 어제는 고래만 한 동태 두 마리를 사다가 동태탕을 끓였고, 오늘은 농장 직영 정육점에서 맛도 좋은 소고기를 다소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소고기피망간장볶음을 했다. 반찬 가게도 마음에 들어서 도라지무침을 자주 사다 먹었다. 그러면 나는 무엇을 했는가.
나는 동치미를 담갔다.
우리 집, 최초의 동치미!
좋은 무를 골라 사다가 박박 씻고 배추 한 통을 사고 청양고추와 파, 생강을 약간 넣고 소금에 절여 깨끗한 물을 붓고 지킨다. 동치미가 뽀얗게 익어간다, 도-동. 익은 동치미를 냉장고에 자리를 마련해 담아두었다.
“이상하게 나른하고 잠이 오는 것 같아.”
그는 나의 동치미를 먹고 말했다. 추운 날, 따뜻한 음식들과 차갑고 간 잘 베인, 무의 단맛이 우러난 시원한 동치미를 예쁜 유리그릇에 한 그릇씩 담아주었다. 긴장 풀어진 온기 속에서 한 줄 느껴지는 청량함.
우리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일어나자!
아니, 그냥 자면 어떡해.
몰라, 안 잘 수 없었어.
어서 나가자!
그날 이후로 우리는, 무척 조심히 동치미를 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