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

by 고양이삼거리

집에서 가장 사적인 공간은 어디일까. 거실, 침실보다 깊숙한 곳, 잘 드러나지 않는 미묘한 생활 감각이 모여졌다가 흩어지는 곳, 그건 타일로 마감된 욕실, 부엌, 다용도실, 현관이 아닐까. 손님들은 현관 타일을 밟음으로 남의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허가를 받은 셈이 된다. 거실과 식당은 공유되지만, 한눈에 보이기는 해도 부엌의 경계는 명확하고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지만 조심스럽다. 다용도실의 문은 닫혀있고 창을 열고 발코니로 나갈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공개되지 않은 집의 장소, 타일로 마감된 공간의 사용법은 각자의, 가정의 고유한 생활에 맡겨진다. 이 매끈하고 단단한 재료 위에서, 아늑하고 고요한 집 안에서 물이든 불이든 흙이든 다 받아주겠다며 벽에, 바닥의 표면에 버티고 있는 타일의 감각을 우리는 알고 있으므로 그곳에서는 뭐든 자유로이 할 수 있다. 타일은 외벽 재료로 쓰이지만 실내 재료로도 쓰이고, 바닥, 벽, 천정에 쓰인다, 원하는 곳 어디든.


나는 거리에서 만난, 집의 경계가 허물어져 타일이 드러난 모습에서 느낀 낯선 감각을 ‘그 집이 있던 자리’라는 제목으로 수집하고 있다. 그 이야기들은 은밀한 생활공간이 드러난 모습에서 시작해 건축의 경계가 드러난 부분까지로 확장되었고 안과 밖, 공간과 구조, 채워짐과 비워짐이 예상치 못하게 드러난 순간까지 연결되었다. 여행지에서, 동네에서, 도심에서 사람들이 머물던 공간이 남긴 흔적을 찾는 것은 반갑기도 하고 의외의 장소에서 즐거운 기억이 되기도 하지만 애처롭기도 했다.


타일은 규격, 모듈을 가진 재료이므로 되도록 온장을 사용할 수 있고 균형이 맞도록 시작점 설정과 배치를 잘해야 한다.


생각난 김에 욕실 청소에 대해 말하자면, 한 번에 다 청소하기는 힘드니까, 하루는 바닥만, 하루는 벽만 이렇게 나눠서 하고 있고 벽만 하기로 했는데 바닥도 조금 더 했다면 잘한 일로 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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