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25일) 그냥 하는 거야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당신이 옳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다. 어제 커피를 5잔인가 6잔 정도 마셨는데 12시도 안 되어 잠들어버렸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 한껏 게으름을 피웠다. 새벽하늘이 밝아오는 것을 보며 108배를 하고 반신욕을 하며 책을 읽었다.



책을 노트북 받침으로만 쓴 게 미안해서, 무거운 책 힘들게 들고 온 게 아까워서 읽었다. 반신욕 20분이면 서문이라도 읽겠지. 딱 서문만 읽었다. 향 좋은 입욕제 덕에 기분도 상콤한데 책은 더 좋았다. 정혜신의 적정심리학 <당신이 옳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계속 엄지손가락이 아프다. 어제 꽉 닫힌 토닉워터 뚜껑을 열면서 엄지손가락이 살짝 아팠는데 기어이 부어올랐다. 난 세상의 모든 뚜껑이 싫다. 특히 돌려 따야 하는 음료수 병뚜껑이 제일 싫다. 내가 열면 잘 열리지 않는다. 누군가 음료수병을 주면 난 다시 내민다. 뚜껑 열어달라고.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열어주기는 하면서 그것도 하나 못 따냐고 약한 척한다고 핀잔이다. 약한 척이 아니라 정말 못 하는 것이다. 병뚜껑 못 따는 사람이 그렇게 이상한가?


혼자 사는 여자가 병뚜껑을 못 열어서 경비아저씨에게 부탁했다, 버렸다... 하는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데. 하여간 어제 토닉워터가 범인이다.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부풀어 올랐고 구부리기도 힘들다. 에어컨 리모컨 누를 힘조차 없다. 그런데 세상에나 일상생활에 내가 열어야 할 뚜껑이 이렇게나 많은가? 샴푸, 비누, 물병, 화장품 스킨, 에센스 등등등 아침에 내가 열어야 할 뚜껑이 10개도 넘었다.


하마터면 <당신이 옳다>를 읽지 않았으면 좌절할 뻔했다. 겨우 뚜껑 때문에. 나는 남과 다르게 뚜껑을 여는데 서툴 뿐이다. 내가 틀리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다. 다를 뿐이다. 그러니 당신 내가 병뚜껑을 열어 달라고 내밀었을 때, 내게 이상한 눈빛을 보내지 말라. 겨우 병뚜껑 하나로 내게 선행을 베풀 수 있으니 그것도 괜찮지 않은가?

<당신이 옳다>는 제목이 너무 얄밉게 좋아서 사지도 읽지도 않다가 읽었는데 서문만 읽어도 좋다. 환자를 환자로 보지 않고 고통받는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것. 나와 남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도움이 되는 도움을 지금 내게 바로 주었다.


책은 언제나 옳고, 아침에 눈을 떠 108배를 하고 반신욕을 하며 책을 읽는 것. 그냥 마음이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은 더 옳다. 지금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자. 어렵다고 두렵다고 힘들다고 계산하기 시작하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그나저나 오늘 골목 기행 있는데 손가락은 어쩌지? 카메라 어떻게 들지?

일단 나가 보면 방법이 생기겠지 뭐.


108배 시즌 1 _ 25일차_ 2020년 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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