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은 괴로워
일이 바빠지면서 활동반경이 넓어졌다. 집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코로나에 대한 경계가 심하다는 것을 느낀다. 병원에 출입할 때마다 체온 측정을 한 번에 통과하지 못해 양쪽 귀까지 재고서야 들어가니 불편하다. 바쁘게 돌아다니니 더 조심해야지 생각한다.
그런데 운전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이명도 심해졌다. 하루 종일 2-3개의 일정을 소화하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쓰러져 자고 싶은데 운전할 때 들리는 멍한 소리가 귀에서 왱왱 대니 잠을 바로 못 잔다. 아직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긴 역사를 가진 야행성 점조직, 굿 나잇 클럽 회원이다.
어제는 아침에 집에서 원고 하나 넘기고 성북동 독하다 토요일 독서 모임에 갔다가 일산에 잠깐 들려 친구에게 물건을 전해주고, 원당 사무실에서 제작 회의를 하고 집에 왔다. 홍보 영상 자막 수정이 있었지만 도저히 할 힘이 없었다. 오늘 촬영할 108배 유튜브 영상 관련해 통화하고 몇몇 사람과 일 전화를 마치고 나니 그대로 뻗고 싶었다. 아침에 108배를 하고도 브런치를 쓸 시간과 에너지가 없었다. 예전에는 브런치 쓰는 재미에 108배를 하기 싫어도 했는데 요즘은 108배를 하고도 못 쓰고 넘어가는 날이 많다.
어제 결국 친구가 선물해 준 ‘수면, 이완’ 오일과 독하다 토요일 모임에서 들은 바, 김연수의 <일곱 해의 마지막>이 출간 전 듣는 연재소설로 오디오 클립에 있는데 듣다 보면 졸려서 잠들었다는 두 명의 이야기를 믿고 오디오 클립을 틀어놓고 잤다. 자다 꿈꾸다 깨다를 반복하다 기행과 벨라가 비를 맞는 대목에서 깼다. 새벽 6시! 책은 종이책으로 읽는 질감과 느낌을 좋아하는데 읽은 책을 오디오로 듣는 것도 좋구나.
오늘날 시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백석의 삶을 김연수가 소설로 쓴 <일곱 해의 마지막> 북의 체제 강화 속에 시인이 절필한 것이 가슴 아팠다. 오디오로 들으면서 문득 시인이 시를 빼앗긴 것이 자본주의의 물신숭배 이전과 이후,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달라진 삶과 겹쳤다. 표준어 정립으로 사투리와 아름다운 고어의 사멸... 시인은 표준어가 생겨도 아름다운 고유어를 살려 시를 써야 하듯 다양성의 파괴는 체제와 상관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계를 책임질 수 없는 시와 문학, 예술...
다시 바빠져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다시 생각하고 있었다. 운동, 책 읽기,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 등등. 나훈아 콘서트(‘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를 보지 못했어도 여기저기서 들리는 어른 리더십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 끌고” 가진 못해도 일에 끌려 다니진 말아야겠다.
아침에 커피를 내려 마시고 108배를 하고 브런치를 쓴다. 이제 자막 수정해 넘기고, 친구의 사진전을 보러 갔다 와서 오후에 108배 유튜브 촬영을 하자. (문체부와 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제작하는 유튜브 오늘 촬영해요!) 저녁에는 나의 첫 책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왕의 별자리" 교정고를 마무리해야 한다. 정신없이 바쁜 하루가 되겠지만 다시 못 올 오늘이니까 오늘만 사는 사람처럼 하루하루 알차게 살자!
108배 시즌1 55일 차 _ 2020년 3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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