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기지개
엄마는 전갈자리다. 잔소리를 거의 안 한다.
“바빠” 혹은 “일중”
일하다 갑자기 온 전화를 1초도 안 돼 끊으면 사람들은 대개 놀라서 묻는다.
“누구야”
“엄마”
“너희 엄마 진짜 쿨하다!”
엄마는 집에 와서 보면 되는데 뭘, 쿨하게 전화를 끊는다.
하긴 엄마가 내게 전화를 하는 건 우유나 빵 심부름을 시키기 위해서 혹은
홈쇼핑에서 마음에 드는 물건이 나왔을 때뿐이다.
엄마가 내게 유독 잔소리를 하는 경우는 딱 하나였다.
아침밥 먹고 일어나면서 기지개를 켤 때.
“꾀부리지 마!”
아침에 눈이 반 감긴 채 밥을 먹으면 속부터 깬다. 그리고 몸이 요동치면서 나도 모르게 기지개를 쭉 켠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기지개를 켜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이해가 안 된다.
요즘은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108배를 하며 손을 위로 쭉 뻗어 기지개를 켠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몸이 삐거덕거린다. 몇 배 더 절을 하면 부드럽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더니 기지개 켜는 버릇이 이제 108배로 승화된 것일까?
나이 마흔일곱이 되어서야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 않게 되었다.
108배 시즌1 92일 차 _ 2020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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