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93일] 혼자가 두려울 때

혼자 놀기, 책

108배를 하는데 전화가 오고 카톡이 오고

다시 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지 않으려다가 혹시나 해서 받았더니 도서관이다.


어제 자료로 책을 보려고 찾다가 도서관 지하철 무인 예약을 했었다.

집 앞에 바로 도서관이 있는데 그곳 무인 도서함도 예약이 가능하기에 수유 도서관에 있는 책을 그곳에서 찾으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책이 무려 1천 페이지가 넘는 평전이라 무인 도서함에 들어가지 않아 반환이 됐단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물었더니 직접 가지러 오거나 상호대차 신청을 해서 집 근처 도서관에서 받으라고 한다. 비대면 도서관 대출 신청이 예약 마감이던데 그냥 가서 빌리는 것은 되는 모양이다. 복잡하다. 그냥 사서 볼까?


108배를 하는 동안 휴대폰을 꺼두어야겠다.

겨우 108배를 30분 했다.


“책 읽기 좋은 때는 나중이 아니라 지금이다.

무한한 미래에 방대한 문학을 읽겠다고 마음먹었다가

결국 시간에 패배하고 마는 것만큼 흔한 일이 있을까?

오늘 읽을 책을 결코 내일로 미루지 말자.”

- 홀브록 잭슨


모닝페이지를 쓰며 필사를 하는데 오늘의 에세이는 <애서가는 어떻게 시간을 정복하는가>이다.


아침에 전화 온 친구가 요즘 백수라면서 뭐하고 노느냐는 질문에 “108배 하고 책 읽고 글 쓰고 놀아”라고 답했다. 답하고 보니 좀 우습다. 노는 것도 일하는 것도 책과 원고로 점철되는 삶이라니. 그러나 어쩌겠는가? 시간이 나니 생각나는 것은 역시 책이다. 혼자 놀기의 가장 좋은 것, 일하면서 읽고 싶은 책의 리스트를 잔뜩 쌓아놓았으니까.... 어제도 책 몇 권을 주문하고 밤에 원고 쓰다 자료가 필요해 도서관에 대출 예약을 했었다.


새 책을 사려면 책장을 좀 비워야 해서, 오래된 잡지를 만지작거리다 100호 기념호를 꺼내 펼쳐봤다.



2004년 페이퍼 100호. 언젠가 다시 읽을 거야 쌓아두었던 것을 기부하려 했다가 우연히 펼쳐보니 또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에 진짜 이제 다시 읽어야겠다.


이런 젠장. 2004년도에 난 분명히 이 잡지를 열심히 읽었다. 그런데 다시 펼쳐보니 내게 아주 익숙한 별자리 차트가 딱 자리하고 있다. 잡지 페이퍼는 무가지 시절부터 참 열심히 보고 좋아했다. 한 글자 한 글자 참 열심히 읽었고 나중에 또다시 정독을 하겠다 했었다. 100호 기념호에는 애독자 좌담도 나갔었다. 그 당시 내가 가장 많은 페이퍼를 갖고 있었다. 언젠가 다시 읽을 거라는 생각에 항상 버리지 못했고, 이번에도 책장을 비운다면 페이퍼는 기부를 하려 했다. 그런데 또 이런 걸 봐버렸으니 언젠가 다시 읽을 생각을 하며 버릴 수가 없게 되었다.


그리고 또 이렇게 오늘 읽을 책을 결코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문구를 읽었으니, “언젠가”는 없다. 시간에 패배하지 않도록 오늘부터 다시 읽어야지. 제인 구달 평전은 내일 도서관에 가서 빌려와야겠다.


108배 시즌1 93일 차 _ 2020년 5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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