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96일] 오랜 인연에 안부를 건네다

풀루토, 죽음에 대하여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던 날, 아침에 아버지가 시골에 내려가시고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데.. 눈이 내렸다. 할아버지가 가셨구나, 그냥 느낌으로 알았다. 그런데 뉴스에 안 나오는 게 이상했다.


대학 졸업 직전에 동기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새벽 기도하러 다녀오는 길이었다 했다. 3일 내내 지켰지만 부모님이 나만 보면 비슷하다 우셔서 밖에서 술만 마셨다.


풀루토 때문인가 친구 주변 지인의 죽음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친구, 좋아하는 사람이 젊은 나이에 많이 갔다. 며칠 계속 그들이 생각났다.


오늘은 그중 한 명을 보고 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108배하고 목욕재계하고 예쁜 옷 입고, 꽃 사들고 가서 눈 맞춤했다. 사진이 없다더니 내가 예전에 폰으로 찍었던 사진이 걸려있었다.




언니는 나와 처음 만났을 때 어떤 옷을 입고 어떤 머리 모양을 했는지도 다 기억했었다. 그때 사람 정말 많았는데... 그래서 오늘 검은 옷 대신 최근에 새로 산 제일 비싸고 예쁜 옷을 골라 입었다.


나중에 글 쓰고 싶으면 오라고, 글 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밥 해 먹으며 글을 쓰냐고, 자기가 다 해줄 테니 와서 글만 쓰라 했던 언니다. 요즘 집에 처박혀 글만 쓰다 보니 언니 생각이 자꾸 나고 꿈에도 보이고 그랬을까?


보고 오니 잘했다 싶다. 사람들과 연락이 끊어져 어디 있는지 몰랐는데... 겨우 찾아냈다.


언니 보고 나와 낮술을 마셨다. 생각해 보니 언니가 죽었을 때 언니보다 지금의 내가 나이를 더 먹었다. 언니를 함께 알던 동생이 집 앞으로 와 픽업해 주고 종일 운전해 주고, 와인 떨어져 우울하다니 와인도 두 병 사주었다. 덕분에 언니랑 인사하고 낮술에 이어 저녁 와인까지.. 그 녀석도 안 지 18년 되었다. 종일 술주정을 했더니.. 생각나면 바로 전화하란다. 살아있을 때 자주 보자고.



언니를 보고 오니 좋은데.. 그래도 한 잔 마셔야 하는 날이다. 오랜 인연에 안부를 건네고 온 오늘은 글 못 쓰겠다.



108배 시즌1 96일 차 _ 2020년 5월 4일

https://brunch.co.kr/@bluetwilight/146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08배 95일] 내 영혼의 연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