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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페미니즘 소설이란?

윤이형의 <붕대감기>

한 달에 한 번 현대 한국 소설을 읽는 “독하다 토요일”의 2021년 첫 번째 책으로 윤이형의 붕대감기를 읽었다. 윤이형, 역시 이 모임 덕분에 처음 읽어보는 작가였다. 그래도 이름은 좀 들어봤던 건 작년에 이상문학상 사태로 절필을 선언했다지.


그런데 책을 읽으며 참 난감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당연히 한국말로 쓰인  글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고 많이 읽었다 생각하지만 요즘 난 난독증에 빠져있다. 문장을 읽어도 단박에 이해가 가지 않아 다시 읽거나 한 문단을 다 읽고 무슨 말이지 싶어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 읽는 이상한 독서행태가 이 책에서 시작됐다.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힘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심각하고 비밀스러운 문제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흑인에게는 삶의 사소한 문제들이 말하기 힘든 것이 된다. 그 사소한 문제에 자기 운명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자신과 별의 관계를 표현하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지만 빵 한 덩이를 얻는 데 온 정신이 팔려 있는 사람에게 그 빵 한 덩이는 하늘의 별만큼이나 중요한 법이다.”

Black Boy, 리처드 라이트 (1945년)


책을 읽고 며칠 후 <천천히, 스미는>을 필사하다 이 문장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문장에서 흑인을 여자로 바꿔도 말이 되겠구나 싶었다. 오랜 세월 남자들의 세계에서 살았다. 방송가는 여자들이 많다. 방송작가는 90% 이상이 여자일 것이다. 그러나 방송작가는 점조직이고, 내가 상대하는 갑들과 PD 등등은 대개 남자다. 그래서였을까? “여자라서”라는 말을 듣지 않고 싶어서 툭하면 “생리하니”소리가 기분 나빠서, 내가 여자임을 무시하고 살았다. 어쩌다 보니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으니, 페미니즘 소설이라 하는 윤이형의 <붕대감기>를 나는 절반도 이해 못했다. 인종문제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페미니즘 소설이라 할까?


사회적 거리두기,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로 독토를 줌으로 진행했다. 사람들은 어떻게 읽었을까 궁금했다. 남자들은 어떻게 읽었을지. 대부분 매거진 스타일로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엮여 있어 깊이가 없다고, 일단 재미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다 고등학교 남자 선생님에게 물었다. 여자가 대부분인 직업현장에서 남자로 사는 당신은 어떤가? 하고. 그는 자신이 잘 모르는 사실에 대해 이렇게 소설로라도 말해주니 고맙다고 했다. 이해를 떠나 절대적 정보 부족이라고. 아찔했다. 페미니즘이란 말은 있지만 그 반대말은 없다. 기득권자인 남자는 그 권리를 따로 소리 내 말할 필요가 없으니까. 나는 그동안 내가 페미니스트는 아니라 생각했다. 소리 내 말하면 내가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같아서 애써 무시하며 살았을까? 페미니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다. 그래서 역시 독하다 토요일로 만나는 소설은 소설에 대해 여럿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좋아진다는 것으로 모임이 끝났다.


내가 이해하기 어려웠던 문장들 감정들이 보다 깊숙이 들어가서 보다 재미있는 소설로 나와 주기를 바란다! 페미니즘이든 무엇이든 소설은 인간에 대한 깊숙한 이해를 위해 읽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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