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매직
유튜브 채널을 준비하고 있는데, 첫 촬영지로 통영에 간 것은
송쌤의 지인 용왕님 아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J는 용왕님 아들이야. ‘뭐 드실래요?’ 묻고는 물에 풍덩 들어가서
고기를 이렇게 안고 나와. 내가 봤다니까”
또 이렇게 말했다.
“학교 다닐 때 걸어가면 삥 돌아가야 하잖아.
걔는 다리에서 풍덩 빠져서 누워있는데. 그러면 5분이면 집에 간대.”
허튼 말을 안 하시는 분의 말이어도 믿기 힘들었다.
통영에 도착하자마자 만난 용왕님 아들, J는 키가 크고 말랐는데
새카맣게 그을린 팔근육에 무뚝뚝한 것이 딱 바닷사람이었다.
“배 타실래요?”
“다 저녁에 무슨 배를 타요?”
“해 깁니다. 한산도까지 십 분도 안 걸려요.”
유람선이 아닌 고깃배를 타 본적은 처음이라 겁이 났지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한산도 제승당은 충무공 이순신의 도시, 통영 여행의 첫 스타트로 좋았다.
통영에서 나고 자란 현지인의 특별 가이드 덕분인가
한산섬 제승당의 특별함인가
우리는 바로 친해졌고 저녁에는 멍게 술을 나누어 마시며 취했다.
2박 3일 동안 카메라는 한 번도 돌리지 못했고
J와 부인 M까지 합세해 주야장천 술을 마시고 이야기만 나누었다.
그리고 덜컥 나의 통영 한달살이 집이 계약됐다.
작년에 <별자리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출판한 게 4월이고
2쇄를 찍기로 한 8월에 두 번째 책 제목만 보고 계약했었다.
목차와 원고 일부를 보냈지만 출판사 대표 언니는 보지도 않고
와인만 걸판지게 내주면서 내게 엄포를 놓았다.
“이번에도 계약일 안 지키면 죽인다!”
8월부터 12월 31일까지 5개월이면 충분히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JTBC 다채로운 아침 생방송 메인작가로 일하면서
<별자리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북콘서트를 다니고,
철공소 강연과 상담을 하다 보니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방송은 작년에 그만두었지만 그 후로도 유튜브 채널 준비를 했고
4월에는 덜컥 회사를 차렸다.
이제는 엄마에 송쌤까지 두 번째 책은 왜 나오지 않느냐고 성화다.
통영에서 한 달이면 쓰고 오겠지.
아니 쓰고 와야지!
한 달 중 일주일쯤은 서울에 올라와 일을 봐야 하지만
그래도 3주면 거친 초고를 고치고 퇴고할 시간은 될 것이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사실 작년부터 한적한 바닷가 작업실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에 서재가 있고
상암동에 작업실도 있으면서 또 무슨 한적한 바닷가 작업실이 필요하냐고
선무당이 장구만 나무라고, 서투른 과방이 안반 탓한다고
쓴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통영으로 촬영 겸 여행을 떠나기 전날,
친구가 책을 32권이나 쓴 작가를 소개해 주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책을 쓰고 강연하는데, 32권이라니!
도대체 어찌 그리 부지런한가 궁금해 얼굴 한 번 보자고 이야기한 지 2년이 넘었었다.
양재동에서 디자이너 미팅을 하고
상암동 작업실 넘어오는 길에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빨리 오란다.
32권의 책을 쓴 친구가 자기네 가게에 와 있다고.
여행 준비로 하루 종일 밥도 못 먹고 저녁까지 돌아다녔던 터라 힘들었지만 갔다.
그는 금요일에 퇴근해서 공항으로 가 비행기를 타고 동남아나 제주도로 떠난다 했다.
호텔에서 주말부터 연차를 낸 월요일까지 글을 쓰고 화요일 새벽 6시에 공항에 돌아와 바로 회사에 출근을 한단다. 말하자면 회사는 일이고 책 쓰기는 취미라고도 했다.
호텔 마감 플렉스를 좋아하던 나와 같은 천칭자리였다.
(그러나 나는 태양도 달도 모두 천칭자리지만, 그는 천칭자리에 물병자리, 동쪽 별자리가 염소자리였다.)
어쨌든 원하는 대로 된다.
https://brunch.co.kr/@bluetwilight/63
- 열심히 일하고 비엔나에서 같이 출사 해요
- 한강에서 괴물 나오는 영화 찍은 감독님 섭외하고 싶다!
원하고 또 원하면 이루어진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길이 생긴다.
이제는 통 크게~ 10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를 빌어볼까?
그래서 오늘도 108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