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21일] 어쩌다 통영 한 달 살기

108배 매직


유튜브 채널을 준비하고 있는데, 첫 촬영지로 통영에 간 것은

송쌤의 지인 용왕님 아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J는 용왕님 아들이야. ‘뭐 드실래요?’ 묻고는 물에 풍덩 들어가서

고기를 이렇게 안고 나와. 내가 봤다니까”


또 이렇게 말했다.


“학교 다닐 때 걸어가면 삥 돌아가야 하잖아.

걔는 다리에서 풍덩 빠져서 누워있는데. 그러면 5분이면 집에 간대.”


허튼 말을 안 하시는 분의 말이어도 믿기 힘들었다.


통영에 도착하자마자 만난 용왕님 아들, J는 키가 크고 말랐는데

새카맣게 그을린 팔근육에 무뚝뚝한 것이 딱 바닷사람이었다.


“배 타실래요?”


“다 저녁에 무슨 배를 타요?”


“해 깁니다. 한산도까지 십 분도 안 걸려요.”


유람선이 아닌 고깃배를 타 본적은 처음이라 겁이 났지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한산도 제승당은 충무공 이순신의 도시, 통영 여행의 첫 스타트로 좋았다.

통영에서 나고 자란 현지인의 특별 가이드 덕분인가

한산섬 제승당의 특별함인가

우리는 바로 친해졌고 저녁에는 멍게 술을 나누어 마시며 취했다.


멍게 아니고 우렁쉥이에 술을 따라 죽죽 마셨다!

2박 3일 동안 카메라는 한 번도 돌리지 못했고

J와 부인 M까지 합세해 주야장천 술을 마시고 이야기만 나누었다.

그리고 덜컥 나의 통영 한달살이 집이 계약됐다.


작년에 <별자리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출판한 게 4월이고

2쇄를 찍기로 한 8월에 두 번째 책 제목만 보고 계약했었다.

목차와 원고 일부를 보냈지만 출판사 대표 언니는 보지도 않고

와인만 걸판지게 내주면서 내게 엄포를 놓았다.


“이번에도 계약일 안 지키면 죽인다!”


8월부터 12월 31일까지 5개월이면 충분히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JTBC 다채로운 아침 생방송 메인작가로 일하면서

<별자리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북콘서트를 다니고,

철공소 강연과 상담을 하다 보니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방송은 작년에 그만두었지만 그 후로도 유튜브 채널 준비를 했고

4월에는 덜컥 회사를 차렸다.


이제는 엄마에 송쌤까지 두 번째 책은 왜 나오지 않느냐고 성화다.


통영에서 한 달이면 쓰고 오겠지.

아니 쓰고 와야지!


한 달 중 일주일쯤은 서울에 올라와 일을 봐야 하지만

그래도 3주면 거친 초고를 고치고 퇴고할 시간은 될 것이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

<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사실 작년부터 한적한 바닷가 작업실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사진은 통영 바다가 아니다. 이제 열심히 찍어야지

집에 서재가 있고

상암동에 작업실도 있으면서 또 무슨 한적한 바닷가 작업실이 필요하냐고

선무당이 장구만 나무라고, 서투른 과방이 안반 탓한다고

쓴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통영으로 촬영 겸 여행을 떠나기 전날,

친구가 책을 32권이나 쓴 작가를 소개해 주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책을 쓰고 강연하는데, 32권이라니!

도대체 어찌 그리 부지런한가 궁금해 얼굴 한 번 보자고 이야기한 지 2년이 넘었었다.

양재동에서 디자이너 미팅을 하고

상암동 작업실 넘어오는 길에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빨리 오란다.

32권의 책을 쓴 친구가 자기네 가게에 와 있다고.

여행 준비로 하루 종일 밥도 못 먹고 저녁까지 돌아다녔던 터라 힘들었지만 갔다.


그는 금요일에 퇴근해서 공항으로 가 비행기를 타고 동남아나 제주도로 떠난다 했다.

호텔에서 주말부터 연차를 낸 월요일까지 글을 쓰고 화요일 새벽 6시에 공항에 돌아와 바로 회사에 출근을 한단다. 말하자면 회사는 일이고 책 쓰기는 취미라고도 했다.


호텔 마감 플렉스를 좋아하던 나와 같은 천칭자리였다.

(그러나 나는 태양도 달도 모두 천칭자리지만, 그는 천칭자리에 물병자리, 동쪽 별자리가 염소자리였다.)


어쨌든 원하는 대로 된다.

https://brunch.co.kr/@bluetwilight/63

- 열심히 일하고 비엔나에서 같이 출사 해요

- 한강에서 괴물 나오는 영화 찍은 감독님 섭외하고 싶다!


원하고 또 원하면 이루어진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길이 생긴다.


이제는 통 크게~ 100만 부 베스트셀러 작가를 빌어볼까?

그래서 오늘도 108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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