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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달 Sep 07. 2022

10년 후 우리는

10년 후 나의 모습 상상하기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연수에 참가하면 종종 접하는 고전적 활동이 있다.

바로 '10년 후 나의 모습 상상하기'

첫 직장에 입사했을 때 '10년 후 나는 커리어를 쌓고 책임자가 되어 회사의 인정을 받을 거'라고 썼던 거 같다.


그렇게 되었느냐고?

아니, 전혀.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말이 좋아 프리랜서, 솔직히는 반백수로 살고 있다.


그런데 초롱초롱한 아이들에게 10년 후 나를 상상하며 비전을 가지라고 말하자니 몹시 부끄러워졌다. 이번 회기를 어떻게 풀어낼까 고민하던 중. '10년 후 꼭 무엇이 되지 않아도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그려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어린이에게 10년은 어른의 10년 보다 더 상상하기 어려운 먼 미래의 일이다. 좀 더 가깝게 미래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선택한 매체는 <그 해 우리는>. 2021년 많은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SBS 드라마이다.


전교 1등과 전교 꼴등.

2011년, 19세 국연수와 최웅.


"국연수와 최웅은 10년 후 어떻게 달라져있을까?"


"국연수는 의사가 되어있을 거 같아요."

"최웅은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요."


헉... 내가 잘못된 레퍼런스를 가져온 것일까.

아니면 여전히 2022년의 학교에서도 '공부 잘하면 의사, 못하면 무명'이란 공식이 공고히 존재하는 것일까.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자 이제 10년 후를 볼게요.

2021년, 국연수와 최웅은 스물 아홉이 되었어요.

국연수는 홍보 회사 팀장, 최웅은 그림을 그리는 '유명한'(나도 모르게 힘주어 말했다) 일러스트레이터, 그 옆에 있던 친구 김지웅은 방송사 PD가 되었어요."


"자 모두 눈을 감아요. 여러분은 10년 후 미래로 갑니다. 10년 후가 잘 그려지지 않으면 어른이 된 모습을 상상해보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나갈 준비를 합니다. 어떤 옷을 입을까요. 문을 나서는데요, 잠깐 뒤를 돌아봅니다. 문의 색과 모양은 어떤가요? 지금 살고 있는 집과 같은가요? 아니면 다른가요? 여러분은 어디론가 향해요. 어디로 가는지는 오로지 여러분만 알고 있어요. 무엇을 타고 어떻게 그곳에 가나요? 그곳에 가서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자세히 살펴보세요. 이제 집으로 돌아옵니다. 정리를 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머릿속에 그려봅니다. 10년 후 여러분은 잠에 들면서 다시 현재로 돌아옵니다. 눈을 뜨세요."


초등 1학년부터 초등 4학년까지 아홉 명의 아이들은 십 년 후가 막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10년 후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을 상상하고, 5년 후, 1년 후, 한 달 후, 점차 가까운 미래를 그려본다. 그 모습이 되기 위해 지금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활동지에 그림 또는 글로 표현한다.


나도 함께 했다. 나는 10년 후 어떤 모습일까?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가? 10년 후를 그리는 게 너무 어려워서 3주 후부터 그렸다.


3주 후, 집단상담 마지막 회기에 각각의 아이를 위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카드로 만들어 전달할 것이다. 지금 이 아이들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반짝이는 강점을 기록해두어야지.


1년 후, 대학원을 졸업할 때 논문을 써서 석사 학위를 취득해야지. 지금 어떤 연구를 해야 할지 기존 논문을 많이 읽어보아야겠다.


5년 후, 개인상담소를 차릴 것이다. 상담 경험이 많아야 하니까, 상담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고 상담사로서 어필해야지.


10년 후, 일상에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찾아보는 유튜브를 만들어야지. 유튜버가 되기 위해 무얼 노력해야할지는 아이들에게 물어보아야겠다.


"여러분, 선생님이 10년 후에는 상담 유튜버가 되려면 지금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비슷한 유튜브를 찾아봐요."

"유명한 유튜버를 찾아가서 물어봐요."

"썸네일을 잘 써야 해요."

"유튜브 이름도 중요해요."

"선생님이 상담소 차리면 제가 가서 상담받을게요."

"저도 갈래요."


현명한 답변. 역시 아이들에게 물어보길 잘했다. 벌써 구독자 아홉 명을 확보했다. ㅎㅎ


10년 후 나의 모습을 그린다고 내가 반드시 그 모습이 되는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렇게 되기 위해 '지금-여기' 아주 작은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지금 이 아이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이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돌려주는 것.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구나. 나도 무언가를 하면 되는구나.' 이런 생각들이 쌓여 아이 스스로 한걸음 내딛겠지.


함께한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고 붙잡아 브런치에 기록하는 것. 시간과 기록이 쌓여 유능한 상담사로 성장할 수 있겠지. 10년 후 백만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만 유튜버 정도 될 수 있지 않을까.


디자이너가 되어 미국과 프랑스에 가고 싶은 아이



상상은 언제나 즐겁고 무해하다.

생각처럼 꼭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겠다는 망을 갖고 오늘 하루를 잘 살았다면, '십년 후 나의 모습 상상하기'는 충분히 의미있는 활동이다.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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