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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Nov 03. 2022

키가 크고 살이 빠지는 이상한 병원

<수상한 병원 리포트 2>

원장님, 자꾸만 키가 크는 데요?

 아침에 키를 재보고 놀라서 원장님께 말씀드린다. "그런 말 하면 안 돼. 안 커서 걱정하는 사람들은 어쩌라고."라고 농담을 던지시며 허허 웃으신다.

믿기힘든 숫자

 디스크로 세 번째 입원을 마치고 나가는 날, 키와 몸무게를 재본다. 결혼하고도 키가 아주 조금씩 크긴 했지만 올해 초 마지막으로 잰 키는 171.2 정도였다. 근데 10월 초, 치료를 다 마치고 키를 재보니 172.9!!  믿을 수 없다. 혹시 눌렸던 디스크가 제자리를 찾고 뼈와 뼈 사이의 공간이 회복되어 키가 컸을까.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몇 개월 병원을 다니다 보니 어설픈 의학지식도 시나브로 쌓였나 보다. 그리고 1개월 후, 오늘 다시 재니 0.2센티가 또 커서 173.1 센티, 거의 2센티가 큰 것이다. 신기하다. 디스크 치료를 하니 키가 큰다. 요샛말로 "개이득"이다. 물론 낼모레 50살 중년 아줌마가 키가 커서 딱히 쓸데도 없으면서도 그냥 기분이 좋다.


자꾸만 숫자가 내려간다.
밥 세끼를 다 먹는데도 살이 빠져요~


  이상하다. 병원에 입원하면 자꾸만 몸무게 숫자가 내려간다. 처음 입원할 때는 일의 자릿수가 8 이었는,  2~3일이 지나고 점점 내려가더니 퇴원하고 5로 유지, 네 번째 입원을 하고 일주일이 지나니 이젠 3이 되었다.  올레~~


대부분의 병원밥은 맛없기로 악명 지만 이곳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요리에 베테랑인 중장년 여성들이 주 고객인 이곳 환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엄지척하며 인정했으니 병원밥 맛집인 것은 틀림없. 주로 반찬 4가지와 국 1가지가 나오는데, 매일 다른 메뉴, 다른 반찬으로 깔나게 나온다. 내 입맛엔 달지도 짜지도 않게 간도 딱 맞다. (개인차 있음 주의~)


내 입맛엔 딱인 병원밥 맛집

 

그런데 이상한 건 이 맛있는 밥을 매일 세끼씩 꼬박꼬박 먹는데도 살이 빠지고 있다는 거다. 이유가 까.


게다가 몇 년 전부터 앓고 있는 당뇨는 입원 전에는 아침 공복혈당이 130~150 사이였다. 그런데 이 수치도 하강하고 있다. 처음 입원했을 때는 공복혈당 130이었으나 지금은 100대로 내려와서  언저리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조금 더 떨어져 수치가 100 이하로 떨어지면 정상인 수치. 이게 무슨 상황인지.


허걱, 얼굴빛이 달라지고 있어.
물광 피부는 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얼굴빛도 좋아지고 있다. 가끔 친구들이 면회를 오거나 줌 화상회의로 사람들을 만나면 대체 환자 맞냐고 얼굴에서 빛이난 다고 폭풍 칭찬을 한다. 헉, 대체 무슨 일이지? 난 아무것도 한 게 없다. 그 흔한 스킨로션, 영양제는 커녕 샘플 로션 하나만 가져와서 간신히 바르고 있는데. 도저히 못 참겠다. 내일은 원장님께 꼭 따지러 가야겠다.

 

도대체 무슨 치료를 하신 겁니까??


오늘은 도수 플러스 치료를 받는 날, 도수 플러스는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철판을 붙이고 미래전사처럼 전선줄을 꽂고 전기치료를 받는 것이다. 이것은 근육 재생과 신진대사 활성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4시간이나 되는 이 치료를 너도 나도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어 야단이다.

원장님께서는 환자들의 아픈 곳을 기억하셔서 여기저기에 철판을 척척 붙이시면 간호사님들이 테이프로 떼어지지 않게 고정하고 전선줄을 연결해주신다. 이때가 바로 원장님께 여쭤볼 절호의 찬스.


내부 세차를 완벽하게 하면 일어나는 일


원장님, 질문이 있는데요. 디스크 치료를 받고 있는데 왜 키가 크고 살이 빠지고
얼굴빛이 좋아지는 걸까요?


원장님께서 얼른 답해주신다. "몸에 독소가 빠져서 그래요. 몸의 독소들이 수분을 머금으면 몸이 붓고 살이 찌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근육 침 치료, 면역력을 높이고 혈액순환을 돕는 다양한 수액, 도수 플러스 등의 치료를 통해 신진대사가 잘 되고 몸에 쌓인 독소가 다 빠지면서 몸이 가볍고 건강해질 수밖에 없죠."


"아, 그래요. 그런데 키는 왜 크는 걸까요?" 다시 여쭙는다. " 그건 탈출된 디스크가 돌아오고 눌린 디스크와 세포가 살아나서 뼈 사이의 공간이 넓어져서 그래요." 원장님이 이어서 답해주신다.

토요 줌특강 자료 캡쳐

진짜 신기하다. 난 분명히 디스크 치료를 하러 왔는데 다이어트가 되고 키가 크고 광채 피부까지 덤으로 얻었다. 정말 놀랍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기본 골격과 모가 있는데 순식간에 바뀐 연예인 미모를 상상하시면 곤란하다. 성형수술은 한건 아니니 오해 마시길~


칼을 데는 수술이나 약물 없이 부모님이 주신 튼한 몸과 외모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내 몸 안의 세포를 활성화하고 면역력을 높이고, 독소 배출 같은 내부 세차를 통해 이미 가진 외모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정말 대단한 사건이다. (제발 요요가 없기를~)


내 안에서 시키는 일

내가 겪는 이런 변화를 주변 지인들에게 말하면 표정이 아리송하다. '이게 무슨 말이지?설마~ 이것저것 다 고친다고? 믿을 수 없는데, 대체 어떻게 그런 거지?' 반신반의한 얼굴로 보는 이들이 많다. 안타까운 마음에 최대한 쉽게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편하게 원장님의 치료를 글로 써보자라고  마음먹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는 왜 자발적으로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걸까??


 글쎄 왠지는 모르겠지만 쓰고 싶었다. 아직 설명이 덜 된 좋은 치료, 방향이 다른 색다른 치료방법에 대해 좀 더 잘 설명해서 널리 알리고 싶었다. 디스크로 아프면 진통제를 먹고 그래도 안되면 신경차단술과 스테로이드 주사제를 맞고 결국 마지막엔 인공뼈를 넣는 수술을 한다. 이런 과정을 디스크 치료의 공식처럼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천편일률적인 생각에 질문을 던지고 내 몸을 거스르지 않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알리고 싶다. (심각한 오지라퍼의 특징이다.ㅋ)


 누가 봐도 수술도 약물도 없이 디스크가 낫고 건강해지고 키도 크고 살도 빠진다면 너무 좋은 치료가 아닌가.(다 똑같은 효과가 있진 않겠지만) 그런데 왜 우린 이런 치료를 이상하고 수상하게 여기게 된 걸까. 난 그 해답을 찾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 다음 이야기의 좋은 주제가 될 것 같은 예감. 네버엔딩 <수상한 병원 리포트>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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