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요일 Nov 05. 2022

제대로 못하면 아주 혼쭐이 납니다.

<수상한 병원 리포트 3>

악~ 다리가 찌릿찌릿.
새벽 통증이 다시 시작됐다.

3번째 퇴원하고 마치고 10월 초쯤, 8월부터 시작된 나의 디스크 치료에 끝이 보이는 듯했다. 수치상으로 1000이 넘던 통증이 5~10 정도로 떨어졌다. 때 이른 기쁨에 너무 성급하게 일상으로 돌아왔었나. 운동을 한다고 하루에 만보씩 산보를 하고 사부작사부작 요리를 하고 한동안 못 갔던 독서모임도 참석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 새벽 2~3시쯤부터 찌릿한 통증이 다시 시작됐다. 잠을 잘 수가 없고 누워 있기도 힘든 악몽 같은 시간이 시작되었다. 다음 새벽, 기왕 깼으니 병원에 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씻고 먹고 준비한다. 아, 그런데 오늘은 목요일. <수상한 병원>이 쉬는 날이다.


부랴부랴 근처 병원을 검색한다. 혹시 모르니 그간 진료받고 챙겨둔 진료비 세부내역과 기록을 챙겨간다. 허겁지겁 병원에 도착해서 서류를 접수하고 기다린다. 사정을 얘기하니, 기존에 받았던 치료와 비슷하게 치료해주신다고 한다. 안심하고 치료를 받는다.


깔작깔작 너무 약해요.


치료사가 내 허리 위에 충격파 기계를 얹고 꾹꾹 누르며 통증이  있는 지점을 찾아 전기충격을 가하며 치료한다. 헌데 의 손길이 너무나 조심스럽고 약하기만 하다. 조금 누르고 "괜찮아요?" 또 한 번 누르고 "괜찮아요?". 치료는 시원찮고 질문만 풍년이다. <수상한 병원>갔어야 했어. ㅜㅜ  뒤늦은 후회뿐... 여차저차 허리에 주사까지 맞고 집으로 돌아왔으나 통증이 영 가시질 않는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원래 다니던 <수상한 병원>으로 향한다.


대쪽 같은 자부심과 거스를 수 없는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원장님께 차마 다른 병원에 다녀왔다는 말을 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도둑이 제 발 저린 듯(실제로도 저렸다ㅋ 양심의 가책 때문인지, 디스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괜한 청렴결백 정신으로 동네병원서 치료받은 자료를 슬며시 내민다. "원장님, 엊그제 새벽에 통증이 갑자기 생겼는데, 여기 쉬는 날이라 못 와서 동네병원 가서 선생님 의료기록 보여드리고 비슷하게 치료해달라고 했는데..." 개미 소리처럼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아니, 다른 병원에 가시면 어떡합니까. 비슷하긴 뭐가 비슷해요? 신경차단제를 썼구먼.

 "어, 진짜요?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뭔지 몰라서..."  원장님의 목소리는 노여움이 섞인 안타까운 목소리였다. "에효. 토요특강을 제대로 안 들었구먼. 당분간 치료할 때 아플 겁니다. 죽었던 신경이 다시 살아나는 동안은." , "네~" 나는 얼른 답하고 나온다.


토요일마다 원장님은 환자들에게 줌 강의로 자신의 치료의 특징과 원리를 설명해주신다. 최대한 쉬운 말로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는 데도 의학지식에 문외한인지라 초반에는 집중하다가 어느새 딴짓을 하거나 졸기 일쑤다.  


이곳 <수상한 병원> 원장님은 다른 의사 선생님에게선 볼 수 없는 수상한 점한두 가지가 아니다.

환자를 혼낼 수 있는 용기

 원장님께서는 자신의 치료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이 대단하시다. 하나라도 더 설명해서 환자들이 나쁜 치료를 받지 않게 하시려고 토요일마다 줌 특강을 하신다. 그것은 환자를 위하는 진심이라는 것을 알기에 원장님의 노여움이 무섭지만 거부하거나 도망갈 수가 없다.  줌 강의를 틀고 졸더라도 병원에 있을 때는 보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신경차단제는 아픈 증상만 잠시 잠재워 줄 뿐, 진짜 문제가 되는 원인은 치료가 되지 않아 언제고 같은 증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처음에는 몰랐던 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더디지만 이해가 되고 원장님이 잘못된 치료를 받으면 왜 그렇게 노여워하시고 속상해하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요즘같이 직종을 막론하고 친절서비스를 강요하는 시대에 환자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하고, 혼을 내는 용기를 보이는 의사가 몇 명이나 될까. 매뉴얼을 읽듯 건조한 말투에 지친 표정으로 적어도 천 번은 들었을 것 같은 질문에 마지못해 답을 하던 차가운 표정의 의사들의 얼굴을 기억한다. 그런데 <수상한 병원> 원장님은 다르다. 활기찬 목소리와 다양한 표정, 농담을 건네시는 여유와 잘못했을 때는 따끔하게 충고하시는 애정까지 보이신다. 그만큼 정성 들여 치료하고 최선을 다해 환자를 위해 애쓰시기 쓴소리도 하실 수 있는 게 아닐까. 뒤늦은 깨달음을 얻는다.


진통제는 안됩니다.


통증은 나쁜 게 아니에요.
통증이 없으면 속이 어떤지도 모르고 오만해져요.

침 치료를 받는 동안 침대에 누워있으면, 아프다고 하소연하는 환자들에게 타이르듯 하시는 말씀이 들린다. 머리가 아프면 두통제를 먹고, 소화가 안되면 소화제를 먹고, 당이 높으면 당뇨약을 먹는다. 일상 속에 약은 너무 쉽게 구할 수 있고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쉽게 약에 의존하는 습관에 "STOP"을 외치신다.


입원해서 치료하는 동안은 아무리 아파도 진통제를  좀처럼 처방해주시지 않으신다. 약은 간과 위를 약하게 해서 다른 병균의 침범하기 쉬운 취약한 몸을 만든다고 다. 실제로 치료하는 기간 동안, 처음에는 최고치에 다다르던 통증이 치료가 진행될수록 점차 사그라들고 결국에는 잠잠해진다.  몸의 통증이 왔다가는 과정 전체를 온전히 느낀다. 통증이 살아 움직이는 이 시간에는 나도 내 몸의 소리, 즉 어디에 통증이 있는지, 언제 심하고 언제 약해지는지 통증이 주는 신호에 귀기우리고 내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면밀히 느끼고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 알고 보니 통증은 내 몸이 살아있다는 증거였고 모든 걸 멈추고 내 몸을 돌보라는 신호였던 것이다. 진통제를 없애니 내 몸이 나에게 말을 걸고 내가 반응하기 시작한다.


밤 9시, 원장님?

3개월 정도 되는 치료기간 동안 통증이 꾸준히 하강곡선을 그린 건 아니었다. 매일 눈에 띄게 차도를 보여 다 나은 건 아닐까 방심하는 순간, '짠! 나 아직 살아있다'하고 통증이 컴백한다. 지금까지 두 번의 고비가 있었다.


첫 번째 고비가 있던 날, 밤 9시. 병실 문이 열리고 원장님이 들어오신다.


좀 어떠세요?


"아. 네. 조금 나아졌어요." 얼른 답한다. "네. 차차 나아질 겁니다." 큰 병원에서는 어렵게  날짜를 예약하고 몇 개월 기다렸다 겨우 한번 의사를  만나면 단 5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많은 걸 얘기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나마 미리 생각하고 궁금한 건 기억이 안 나 까먹고 그냥 나오는 일이 태반이다. 그런데 <수상한 병원>에서는 원장님을 여러 번  수 있다. 평일 아침 8시면 원장님이 회진을 하신다. 8시 30분부터 시작되는 근육 침 치료도 원장님께서 직접 하시고 퇴원하는 날에는 근육을 잡아주는 테이핑도 직접 해주신다. 그리고 가끔 상태가 안 좋은 환자들은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하시며 들여다보고 안부를 물어봐주신다. 이런 노력과 정성은 내 평생 받아본 적이 없다.


더하기(+)나 빼기(-)가 아닌  자연의 모습( 0)으로 되돌리는 치료


이곳 <수상한 병원>에는 인공관절과 인공뼈를 삽입(+)하는 수술은 없다. 통증을 잠재우고 신경을 차단(-)하는 약물도 없다. 내 몸의 나약한 세포를 자극하여 살아나게 하고 독소를 빼내 가장 건강한 최상의 나, 조물주가 만든 가장 완전하고 자가 치유능력을 살아나게 해서 나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부작용 없는 자연 그대로의 디폴트 값(0)으로 개개인의 모습을 복원해내는 것이 <수상한 병원> 원장님의 치료의 방향임을 감지해냈다.


진료과는 거의 모두입니다.


네 번의 입원을 통해 정말 다양한 환자를 만났다. 디스크 같은 척추, 관절 환자가 제일 많고, 교통사고 환자, 암환자, 면역력 결핍 환자, 불면증 환자 등등. 이 모든 환자를 치료하시는 의사는 한분, 원장님이다. 정말 수상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원장님은 한 개의 진료과에 매몰되지 않고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에 집중하셨다. 수술과 약물 없이 세포를 살려내는 치료를 연구하신 것이다. 세포는 모든 인체 구성이 근본이다. 세포를 이해하고 연구하시니 거의 모든 질병을 다스릴 수 있겠구나 하고 이해한다.

블로그 캡쳐 자료

https://m.blog.naver.com/codnjswkdus


양방에서는 인체 부위를 칼로 무를 자르듯, 각자의 전문과로 분절적으로 진찰하고 치료한다. 각각의 부위의 특성을 이해하고 전문화된 치료로 건강을 되찾을 수도 있겠지만, 인체는 모든 부위가 단절적으로 분리되어 움직이지 않는다. 피도 순환하고 공기도 이동하고 영양분도 여기저기 움직인다. 각각의 진료과에 맞게 분절된 인체로 보는 치료도 필요하지만 전체를 보고 아우르는 통합치료도 필요하지 않을까. 인간은 프라모델처럼 서로 다른 여러 조각이 모인 집합체가 아니라 여러 기관이 연결되어 있는 살아있는 유기체이므로.


소명으로 일하면 생기는 일


이제야 이 병원을 수상하게 보게 된 이유를 한 가지 더 알게 되었다. 내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등 단절된 전문분야로 치료하는 병원에 익숙해져 있어 전체를 보고 원인을 통합 치료하는 이곳이 더욱 이상하고 수상하게 보였으리라.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어설픈 이해가 원장님 치료 철학에 누가 되질 않을까 노파심이 들기도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병원 전체가 환자들을 위해 무척 노력하고 무척 애쓰고 있고, 최선을 다하는 원장님의 소명의식이 통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장님은 늘 공부하고 도전하는 존경할 만한 좋은 어른이며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멋진 직업인으로서의 모습은 다 들켜버린 지 오래다.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

- 백범 김구 -

     

병실 화장실 벽에 인쇄해서 붙여놓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치료실 벽에는 원장님께 보내온 감사편지가 가득하고 때때로 선물상자가 진료실 앞으로 배달되어온다. 수상한 원장님의 치료가 최상의 치료가 된 감사한 이들의 선물인 것이다. 돈을 넘어 소명으로 일한 원장님 삶의 명백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매거진의 이전글 키가 크고 살이 빠지는 이상한 병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