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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Nov 20. 2022

가을의 끝, 유난히도 시원했던 어묵탕의 추억

나 탐구생활

요즘처럼 스산한 바람이 불고 아침저녁으로 찬기운에 돌 때는 뜨끈한 국물이 아른아른 생각난다. 국물요리야 재료에 따라 종류도 많고 요리하는 방법도 다양하지만 내가 즐기는 것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어묵탕. 저렴하고 맛 좋은 어묵탕은 이 시기 나의 최애템(최고로 애정 하는 아이템)이다.


노란 속살 배추가 신의 한 수


나만의 어묵탕에는 비장의 재료가 있었으니 그것은 배추, 김장철이 한창인 요즘, 배추는 마트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다. 잔뜩 사다 쟁여두고 어묵탕이 나를 부르는 어느 날, 과감히 꺼내 어묵탕에 터프하게 툭툭 썰어 넣는다. 싱싱한 배추는 무심한 듯 크게 썰어 넣어도 어묵 국물에 푹 삶아내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이파리가 흐늘흐늘 '날 잡아 잡수'하고 딱 먹기 좋게 부드럽게 익는다.


노랑속살 가을배추


중요한 것은 타이밍

어묵탕 국물을 만들 때 중요한 것은 타이밍, 맛을 내는 것은 실패 없는 맛을 보장하는 것은 어묵탕 스프~ 약간의 신선한 재료만 첨가하면 천상의 맛 어묵탕이 완성! 그게 모야~ 시시하다고 실망하긴 아직 이르다.


똑같은 어묵탕이 아니다. 비법이 있다. 그것은 재료를 넣는 순서와 타이밍. 물에 무와 멸치, 다시마를 넣어 일차 육수를 우려낸다. 물을 넣고 팔팔 끓을 때 15분 정도 두었다가 넣은 재료를 모두 회수. 이번엔 어묵탕 스프와 파와 배추 등 야채가 등판할 차례다. 또다시 끓으면 주인공 어묵을 넣고 한소끔 끓여낸 뒤, 어묵은 건져낸다. 어묵이 너무 익으면 퍼져서 세상 맛없는 식감을 낸다. 쫀득쫀득 졸깃졸깃 식감을 얻으려면 한번 식힌 뒤, 먹기 전에 뜨거운 국물에 샤워시킨 후 그릇에 내면 Perfect!


주말아침 성찬

이른 아침 휘리릭 있는 재료 모아 만든, 야채 가득 김밥과 어묵탕의 콜라보. 이보다 맛날 순 없다.

산해진미가 가득한 추수의 계절, 가을이지만 싸구려 입맛은 변하질 않는다. 아무렴 어떠냐~ 수고한 만큼 맛있으면 그만이지.


느낌 있을 때 바로바로 먹고 싶은 걸 먹어야 하는 고집은 주말 아침 분주한 가사노동으로 하루의 에너지를 다 소진시켰다. 허나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기분 좋게 가을 산책을 나갈 채비는 단단히 할 수 있게 되었다. 소박한 가을 행복이 뜨신 어묵 국물 속에 녹아내렸나 보다.


참으로 단순한 인간의 욕망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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