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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Feb 23. 2023

당기는 힘 vs. 버티는 힘

<중년의 진로수업>

어제,

내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신이 나서 조립식 책상을 들고 붙들고 조이고 당기고 했다. 작은 책상이라 가뿐하게 하고 괜찮을 줄 알았는데 어제는 아무렇지도 않더니 오늘 허리가 욱신욱신 아프다. 무리한 것이다. 인간은 진짜 망각의 동물인지라 아끼고 아끼다 엄한 순간에 망치고 말았다. 허리 통증이 재발하고 말았다.


설상가상,

배도 아프다. 쓰리고 쪼이고 아리고 난리다. 배꼽을 중심으로 앞뒤면이 총체적 난국인 것이다. 이럴 때는 빠르게 약을 먹는 게 상책, 약국에서 약을 사서 긴급조치를 취해보지만 소용없다.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고 병원에 가야겠다 생각하고 시계를 보니 11시 30분. 곧 있음 병원 점심시간인데 내과와 한의원 중 어디를 먼저 가야한단말인가. 모르겠다.  가까운 한의원을 가서 허리도 안 좋고 소화기도 안 좋다 얘기한다. 상태를 듣고 의사 선생님은 프라이팬의 생선처럼 앞뒤로 뒤집어 가며 침치료를 해주신다. 뜨끈한 팩도 하고 물리치료에 견인치료도 받고 나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통증이 약간 가신 듯하나 개운하진 않다. 집에 와서 약을 먹고 전기매트를 켜고 한 숨 다.


이게 뭔 일인지.

나는 왜 욕심을 부렸을까 후회가 밀려온다. 식은땀에 한기까지 몰려오니 정신이 몽롱하다. 그런데 또 이렇게 기를 쓰고 글을 쓰고 있는 나를 보니 나도 참 못 말린다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30일 글쓰기 챌린지>를 완료하겠다는 신념으로 마지막 날의 글쓰기를 고집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자꾸만 잊는다.

그렇게 아파놓고도 괜찮아지면 깜박깜박 잊고 이렇게 무리를 하곤 한다. 냉장고 아랫칸의 채소를 허리 숙여 꺼내고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다고 몸을 수그린다. 내 눈에만 보이는 집안일을 발견할 때마다 사춘기 아이들을 불러들여 이것 주워라, 저거 치워라 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해도 안 해도 티도 안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하루 종일 누워있기도 힘든 일이다. 어느새 습관처럼 몸을 쓰고 작은 일들에 허리를 굽혀버린다. 


디스크는 공주나 왕비처럼

일을 하지 않아야 낫는다고 한다. 알사람을 알겠지만 5 식구가 있는 환경에선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식구들이 열심히 도와주지만 작고 작은 일들이 수시로 알을 까듯 탄생한다. 많이 내려놓고, 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성격이 급한 탓일까. 원래 건강하던 때의 나로 돌아가고 싶은 관성의 힘이 나를 잡아당기고 있어서일까. 조금만 괜찮아지면 몸을 자꾸만 쓰게 된다. 달라진 나를 이해하고 살살 다루고 보살펴야 한다는 그 미션은 늘 낯설고 쉽지가 않다. 할 수 있어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눈앞에 일이 보여도 몸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 지금 꼭 하지 않아도 되니 기다려야 한다는 것, 천천히 나아지는 과정을 참아야 한다는 처방은 지난날 내가 살아왔던 방식과 정반대 방향이다. 그동안 나를 당기던 중력의 힘을 거스르듯 늘 굽히기만 했던 허리를 고쳐 세우고 다시 한번 기다림의 처방을 마음속에 새긴다. 그리고 몸에 사과하고 다독인다.


애썼다. 내 몸!
욕심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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