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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요일 Mar 01. 2023

소로우처럼 가벼워지기

<중년의 진로수업>

<월든>을 쓴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말했다. "간소화하라. 모든 것을 간소화하라." 이 말을 들으니 내가 가진 게 얼마나 많은지 또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애쓰고 있는지 다시금 깨달았다. 나도 소로우처럼 간소화해야겠다 생각하고 준비한다. 먼저 두 가지 일을 한다. 하나는 책(물건) 정리, 또 하나는 관계 정리.


책 정리는 천천히 진행되었다. 지금 몸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며칠간 생각만 하고 있다가 지난주 책장을 정리했다. 올해 읽을 책, 곁에 두고 참고할 책, 좋아하는 책, 다 읽어서 나누어도 좋은 책으로 정리했으며 다 읽은 책은 혹시 필요한 지인에게 나누어 주었다. 다 정리하고 나니 책장 두 개로 단출하게 정리되어 기분이 상쾌하다. 침대를 밀고 책장을 정리하니 내 책상이 들어갈 작은 공간이 확보되어 나만의 서재도 만든다.

정리된 책장


필요한 것들만 책상 위에 올리고 깔끔하게 정리된 책장을 보니 뭐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렇게 해놓으니 막내가 가장 많이 애용한다. 엄마 옆에서 그림도 그리고 색칠도 하고. 엄마책상은 오손도손 손님이 많아 좋다.


두 번째, 관계의 정리, 언듯 들으면 뭔가 심각하고 차갑게 들리지만, 나란 사람의 성격이 누구나 언제든 어찌하든 오케 하는 무한 수용적인 편이라 부작용이 다. 정리할 필요가 있어 마음먹었다. 무례한 사람은 No, 해도 해도 힘든 관계에는 너무 애쓰지 않고, 모든 약속과 만남먼저 주도하려는 생각은 버리고, 흘러가는 데로 멀어지는 데로 그냥 두어도 괜찮다고 느슨하고 편하게 생각하기로 . 내가 모든 사람의 고민을 다 해결해 줄 수는 없고 지나친 감정이입은 금물, 남보다는 내 가족, 내 남편에게 더 관대하고 공을 들일 것.


 남들과의 관계에만 과몰입되어 가까운 사람에게 소홀하진 않았나 반성하게 다. 그랬더니 가장 가까웠던 가족이 보인다. 여태 다른 집 아이들까지 묶어 다니던 여행을 우리 집 애들만 해서 가볍게 다녀오기로 다. 일단 내가 덜 힘들어 좋다. 다른 집애들, 다른 엄마까지 챙기는 아무도 시키지 않은 대장놀이를 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되니 홀가분해서 그런가. 나한테 붙어 징징대고 화만 낼 것 같던 아이들도 조금 참고 기다리니 나름의 생각으로 어른스럽게 행동하고 내 의견만 고집하지 않고 취향을 존중해 따로 다니기도 해 본다. 억지로 시키지 않으니 싸울 일도 없고 화낼 일도 없다. 제법 의젓하게 잘 다녀온다. 애들도 이제 많이 컸다~! 어른스러워졌음을 새삼 느낀다.


예전에는 하루에 2.3건씩 약속을 잡고 사람들을 만났었는데 이제는 꼭 필요한 만남 1건만 소중히 만든다. 그것도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과감히 취소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약소를 취소한다는 건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요즘은 한 사람, 한 팀만 만나니 그 만남에 집중하고 짧지만 더욱 재밌게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 그리고 나만의 시간, 운동하고 글 쓰고 책 읽는 시간을 꼭 챙겨본다. 동네주민자치센터서 체력단련실을 예약해서 물리치료사선생님께서 말씀주신데로 하루에 한 번씩 30분 이상 러닝머신에서 걷고 산책하고. 힘들면 누워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빈둥대는 이 시간도 죄책 감 없이 지키려 노력한다. 게으름이라는 값진 재충전의 시간의 가치를 이젠 알기 때문에.



관계를 가지치기하고 중요한 것들을 남기니 내 시간이 확보되고 세상살이가 조금 편해졌다. 내 삶을 들여다볼 수 있어 좋다. 소로우처럼 '월든' 같은 깊은 산속의 호수에는 직접 가지는 못하지만 디지털, 정보의 호수, 빌딩숲 속에서 나름의 간소한 삶을 실천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감사합니다. 쏘로우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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