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을 깨듯 전화가 울린다. 엄마다. 아빠가 사람도 못 알아보고 기운도 없고 느낌이 이상하다고,혹시 치매가 온 것 아니냐는 엄마의 말씀에 덜컥.
급하게 예약하고 한달음에 달려간 병원.
월요일 아침, 비까지 내려서일까 택시가 잡히질 않는다는 엄마의 말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빗길에 절뚝거리다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어쩌나. 잘 걷지도 못하는 아빠가 휘청거리며 빗길에 헤멜 모습이 눈에 선하다. 마침 누군가 내리는 택시를 다짜고짜 불러 세운다. 지금 화장실 가야 해서 손님을 못 태운다는 택시기사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 타고,애원하듯 사정을 얘기한다. 몸이 불편하신 부모님을 태우러 가야 한다고. 인심 좋은 기사님은 더는 묻지 않고 다행이라며 곧장 출발하신다. 고맙다고 몇 번이고 말하고는 엄마와 통화를 한다. 곧 갈 테니 가만계시라고.
의사는 말한다. 두 노인이 힘겹게 절뚝거리며 온 노고는 아는지 모르는지 지친 의사의 말은 건조하고 빠르기만 하다. 신장의 기능이 많이 약해지셔서 생긴 일이라고. 하나의 약을 더 처방해 줄텐데 이걸 먹으면 다리에 힘이 더 빠질 거라는 난감한 얘기를 한다.어쩔 수 없는 일이라 약하게 약을 쓸거라 했지만. 벌써 밥 한 공기만큼이나 약을 드시고 있다는 걸 그는 알고 있을까.
폭풍처럼 진료를 마치고
오늘따라 넓게만 느껴지는 대학병원,
앞으로만 길게 이어진 복도를
지팡이와 내 팔뚝을 번갈아 기대가며
하염없이 절뚝거리며 걷는 두 노인을 본다.
엄마도 기우뚱 아빠도 기우뚱 세월의 무게만큼 흔들리는 발걸음이 흐린 하늘만큼 안쓰럽다.
엄마가이서방갖다주라며 따로 싸 온
홍어 한 박스가 담긴 쇼핑백은
흔들리는 발걸음에 맞춰
속도 모르고촐싹거린다.
"무거운 데 왜 이런 걸 들고 왔어"
타박을 해도
"이서방이 좋아하잖아"
하며 웃기만 하는 엄마.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 부지런히 왔으니
엄마집에서 밥 먹고 간다고 다 큰 딸은
두 노인을 따라나선다.
별다를 것 없는 찬에
늘 먹는 밥이지만
후루룩 넘기는 국물이
아삭아삭 씹는 김치 한 조각이
걸림 없이 쑥 내려가는 건
다시 만난 익숙함 때문일까.
코를 맹맹 거리며 훌쩍이는 50이 다 된 딸에게 만병통치약 판콜에스 먹으라는 아빠의 다그침이 왠지 편안해서 거실안쪽 낯익은 냄새가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