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방에서는 이따금 가위에 눌렸다. 편히 잠드는 것보다 가위에 눌리지 않고 잠드는 방법을 연구해야 했다. 그녀가 내 곁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의아한 물음은 그녀가 곁에 없을 때 가위가 종종 그녀의 모습을 둘러쓰고 나타난다는 거였다. 이상한 괴롭힘이라 여기게 될 때쯤 슬그머니 적응해 버린 내 몸과 마주할 수 있었다. 어느 기간엔 먼저 기다리기도 했다. 그녀와 나는 빈번히 모로 누웠고 그 누구도 자세를 고치라 타박하지 않았다. 동이 틀 무렵이면 비껴진 아스팔트 위로 하염없이 뿜어지는 낯선 조명들과 그 조명을 뒤집어쓴 그녀를 마주했다. 빛줄기가 가난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날 깨달았다. 서로를 만나고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녀와 나는, 어제 일을 오늘 일을 어제가 될 오늘 일을 내일이 될 어제 일을 어제 오늘 내일의 볼품없는 역사를 작고 네모난 침대 안에서 뇌까리곤 했다. 우리는 퀴퀴한 벽을 바라보며 곧잘 그랬는데, 그러고 나면 조금 슬퍼졌다. 무언가의 귀퉁이가 되는 일은 조금 많이 슬펐다. 떠드는 것 말고는 그저 뒤집어진 채로 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는 게 다였다. 둘의 문맥으로 바꿀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물었다. 지금 내 말을 듣고 있니? 나는 대답했으나 꿈에서의 답이었기에 그녀는 내가 던진 꿈의 언어를 결코 현실에서 전해 들을 수 없었다. 그녀와 나는 잠시 이어졌다 오래 끊어졌다. 영영 헤어지지 않기 위해 서로의 신경을 잔뜩 곤두세웠다. 듣고 있어. 당신이 있어서 내 삶이 얼마나 근사한지 몰라. 그녀는 간지러운 내 말을 들을 수 없어 어쩌면 다행이었다. 꿈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서면 그녀의 말이 마치 어항에 갇힌 듯했다. 농익은 꿀벌 떼가 웅성거리는 느낌이었다. 깊숙이 울려 퍼지는 공명을 잡기 위하여 나는 생전 배운 적 없는 혼신의 날갯짓을 꺼내어 앞으로 나아갔다. 지난 새벽엔 퇴보하는 어떤 이에게 여럿이 뭉쳐 서서 날달걀을 던지는 꿈을 꾸었다. 끈적하고 불쾌한 노른자가 길가를 잔뜩 적셨는데, 하필 봄꽃이 만연하던 참이라 바닥이 온통 꽃전이 되기 직전의 달걀 반죽 같았다. 운 나쁜 꽃일까, 운 좋은 달걀일까. 억울한 사람은 아니었을까. 자아 잃은 액체를 지분거리다 그 길로 뚫린 초록강을 세찬 헤엄으로 건너며 나는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흐르고 있다고. 우리의 날들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들이. 귓가에 먹먹한 음성이 닿았다. 속절없다는 말은 결국 그런 거야. 있었다가도 거품처럼 사라지는 거잖아. 존재는 존재의 존재야. 부재는 더 이상 존재가 아니야. 부재는 부재 그뿐이야. 가시와 비가시 중 비가시를 따를 사람이 몇이나 되겠니. 우리는 자주 허황되고 실없는 주제를 열어 놓고 사담을 나눴다. 그럴 때 대부분 살아있다고 느꼈다. 뾰족한 바늘로 찌르면 뜨거운 피가 당장이라도 솟구칠 것만 같았다. 깨어날 수 있다면 그녀의 앙상한 손가락 마디마디를 보듬어 줘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니 어서 나를 깨워줬으면 좋겠다고. 서둘러 당신이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너무 오랜 시절을 떠나보내고 있는 게 아니냐고. 엷은 바람에 그만 흔들렸으면 좋겠다고. 어김없이 축축하고 찝찝한 느낌이 온몸을 감싸고도는 듯했다. 악마의 부름이 시작된 것이다. 이왕이면 당신의 얼굴이길 바라는 밤들이 늘어났다. 이곳에 영영 갇힌대도 내게 당신의 목소리를 들려준다면 좋겠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당신에게 줄게. 끝나지 말자. 부서지지 않도록 하자. 시곗바늘은 주로 새벽 세 시에 멈추곤 하였다. 그녀와 눈물겨운 재회를 앞둔 시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