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2

비겁한 건 아닐 텐데

by 청연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밀어 넣은 음식까지 소화시킬 텐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어서

흘러내린 머리칼이 왼쪽 눈을 찔렀던가?


눈 뜨고 감는 것도 귀찮아서

고개 돌려 볼 필요까지 있으려나?

생각조차 하기 싫은데

내가 무얼 하고 있었지?


어둑해져 밤이 오는 것 같아서

까마귀 소리 들릴 리 없을 텐데?

까칠까칠 턱수염은

내가 면도를 안 했던가?


유독 짧은 손톱 하나는

누구의 이빨 자국인가?

책꽂이 빈자리 하나는

대체 누가 다녀간 흔적일까?


하기 싫은 걸까?

못 하는 걸까?

내가 좋아하는 이 냄새는

술 냄새일까 땀 냄새일까?


비겁한 건 아닐 텐데...


그래,

비가 와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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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