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발아래 그 자리에 뭉뚱그려 앉았는지
고개 숙여 웅크린 채 버티며 따라온다
깊숙이 숙여야만 간신히 보이는, 밟힌 모습
하릴없이 한걸음 걸음마다 꾹꾹 눌러, 밟아댄다
손수건 한 뼘만큼 땀 닦고 내려보니
한걸음 내민 만큼 삐죽하게 빠져나와 앉아있다
살짝 내려보면 볼 수 있는 서로의 모습,
작은 키가 고개 들어 눈 맞추려 올려본다
손수건 한 장만큼 땀 흘리고 다시 보니
어느덧 내 키보다 훌쩍 커져 길쭉이 늘어졌다
저만큼 멀어져 버렸으니 내 목소리 들리려나
등 돌리고 앞장서 가는 뒷모습이 쓸쓸하다
타박타박
피곤한 발걸음,
점점 길어져 멀어질 뿐
말조차 눈길조차 사치인가
한소끔 지나가는 어스름 묻은 바람
가겠노라 잘 가거라
인사 없이
흩어지나 묻혀지나
무엇이 내 곁에 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