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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Jul 23. 2024

그림자

흩어지나 묻혀지나...

    

  하필이면 발아래 그 자리에 뭉뚱그려 앉았는지

  고개 숙여 웅크린 채 버티며 따라온다

  깊숙이 숙여야만 간신히 보이는, 밟힌 모습

  하릴없이 한걸음 걸음마다 꾹꾹 눌러, 밟아댄다 

    

  손수건 한 뼘만큼 땀 닦고 내려보니

  한걸음 내민 만큼 삐죽하게 빠져나와 앉아있다

  살짝 내려보면 볼 수 있는 서로의 모습,

  작은 키가 고개 들어 눈 맞추려 올려본다 

    

  손수건 한 장만큼 땀 흘리고 다시 보니

  어느덧 내 키보다 훌쩍 커져 길쭉이 늘어졌다

  저만큼 멀어져 버렸으니 내 목소리 들리려나

  등 돌리고 앞장서 가는 뒷모습이 쓸쓸하다 

    

  타박타박

  피곤한 발걸음,  

  점점 길어져 멀어질 뿐

  말조차 눈길조차 사치인가    

 

  한소끔 지나가는 어스름 묻은 바람

  가겠노라 잘 거거라 

  인사 없이 

  흩어지나 묻혀지나     


  무엇이 내 곁에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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