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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Jul 26. 2024

상가(喪家)에 다녀오며

슬픔과 반가움의 어이없는 모순

상가(喪家)에 다녀오며     


     

부고(訃告)란 태생 자체가 예절 없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예고 없이 찾아오니

반가운 사람 오랜만의 연락에도

유쾌한 마음 어림없다    

 

가신이를 탓하겠나

보낸이를 탓하겠나

예절 없이 전달된 부고 덕에

사람 도리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오히려 고맙다고 할 수밖에   

  

시커멓게 타버린 가슴을

검은 옷으로 감싼 이들

격식 갖춘 인사 후에

오랜만에 만나게 된 사람들과

허울 없이 술 한잔, 밥 한술 나눈다    

 

한 켠에선 슬픈 눈물 뭉쳐나고

한 켠에선 묵은 회포 풀어가니

슬픔과 반가움이 공존하는 어이없는 모순(矛盾),

자주 보자 인사해도

잦은 부고(訃告) 바랄 턱 있겠는가     


살아가는 우리들이

가신이를 애도(哀悼)함이 맞는 건지

훌훌 털고 가신이가

우리들을 위로함이 맞은 건지     


돌아오는 길 

괜스레

지갑 속 아이사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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